[에세이 칼럼] 190화 가족과 함께하는 드론 (feat.당진삽교드론쇼)

옆을 돌아보니 아내도, 아들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동생도 함께하고 있을 것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하루

지난 4월이었던 것 같다. 프로야구 KT WIZ와 한화이글스 경기를 보고 있었다. 경기를 보다가 중계 화면 한편에 짧은 광고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당진 삽교 드론쇼.' 이상하게도 '드론쇼'보다 '삽교'라는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삽교호는 나에게 익숙한 곳이다. 매년 가족과 함께 찾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속에서 늘 특별한 의미를 가진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곧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알고 보니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드론쇼가 열리고 있었고, 일정 기간 동안 토요일마다 공연이 진행된다고 했다.

'시간이 되면 꼭 한 번 가봐야겠다.'

그렇게 마음속에 작은 약속 하나를 만들어 두었다.

 

약속을 지킨 하루

그 약속은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었다. 지난번 건강검진을 마친 날이었다. 수면내시경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뒤 아내와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 삽교 한번 다녀올까?"

그렇게 우리는 익숙한 길을 따라 삽교호로 향했다. 행사가 열리는 곳은 삽교호 함상공원이었다. 삽교호에 오면 늘 들르는 칼국수집이 있다. 이번에도 그곳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했다. 익숙한 식당, 익숙한 메뉴, 몇 번이고 먹었던 칼국수였지만 가족과 함께 먹으니 늘 그렇듯 맛있었다. 어쩌면 음식의 맛은 메뉴보다 함께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

식사를 마친 뒤에는 드론쇼가 시작되기 전까지 삽교호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바람도 시원했고, 노을도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연장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이어졌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우리도 준비해 간 돗자리를 꺼내 자리를 잡았다. 조금 늦게 도착한 탓에 앞쪽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뒤쪽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다. '조금만 더 일찍 올걸.'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장 좋은 자리는 따로 있었다

드론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하늘이 더 넓게 보였다. 앞쪽보다 오히려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있었고,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검은 밤하늘 위로 수백 대의 드론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나의 그림이 만들어졌다. 꽃이 피어나고, 사람이 나타났다가, 글자가 만들어지고, 다시 또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다. 사진으로는 여러 번 봤지만 실제로 보는 모습은 전혀 달랐다. 마치 하늘이 거대한 캔버스가 된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같은 하늘을 바라본다는 것

옆을 돌아보니 아내도, 아들도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같은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했다. 말이 없어도 괜찮았다. 같은 장면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그렇듯 거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평범한 순간들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그리고 그날은 한 가지 생각이 더 들었다. 삽교호에는 동생이 잠들어 있다. 문득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 풍경을 함께 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곳인데 이날만큼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삽교를 찾았다. 웃고, 사진을 찍고,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저마다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족과 함께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동생도 함께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인지 그날의 드론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추억이 되었다.

 

다시 평범한 밤하늘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아름답게 빛나던 드론들은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갔고, 다시 평범한 밤하늘만 남았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그 풍경이 오래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행사 소식을 다시 찾아보았다. 이번 상반기에만 무려 24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같은 감탄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인 9월에도 다시 드론쇼가 열린다고 한다. 시간이 맞는다면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아오고 싶다. 그때는 또 어떤 모습이 하늘을 수놓게 될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은 하늘을 바라본 기억이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자주 가족과 함께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가.

특별한 여행이 아니어도,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하루

오늘은 특별한 배움을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가끔은 이유 없이 행복했던 하루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훗날 이 글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날의 밤공기와, 삽교호의 풍경과, 하늘을 가득 채우던 드론의 빛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늘 내 마음속에 함께하는 동생도 있을 것이다. 행복은 거창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감탄을 나누며, 같은 시간을 기억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는 가장 따뜻한 추억인지도 모르겠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7.05 10:27 수정 2026.07.0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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