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89화 이동 침대에 누워있던 그 순간 (feat.수면내시경)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같은 일상의 하루였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일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이동 침대에 누워있던 그 순간

어제 칼럼에 이어 오늘도 내시경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며칠 전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전날부터 금식을 했고, 새벽에는 잠까지 설쳤다. 배는 고프고 몸은 피곤했다. 설상가상으로 멀쩡하던 아파트 엘리베이터까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결국 20층을 걸어 내려와야 했다. 평소라면 운동 삼아 내려갈 수도 있었겠지만, 금식 상태의 몸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다.

 

건강검진의 시작

건강검진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채혈을 하고, 체지방 검사를 하고, 시력 검사와 청력 검사까지 다양한 검사를 마쳤다. 하나씩 검사를 마칠 때마다 이제 곧 내시경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모든 기본 검사를 마친 뒤 간호사분께서 약을 건네주셨다. 장을 비우고 가스를 제거하기 위한 약이었다. 약을 먹고 건강검진 대기실로 향했다.

 

낯설었던 이동 침대

환복을 마친 뒤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이동 침대에 누웠다. 잠시 후 다른 간호사분이 오셨고 침대를 밀어 검사실로 향했다. 그 순간은 참 묘했다. 걸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침대에 누운 채 이동한다는 것이 어딘가 낯설었다. 평소에는 내 발로 걷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는데, 그날은 달랐다. 나는 그저 누워 있었고, 누군가가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고 있었다. 그 작은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옆 침대의 환자

검사실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 침대에 다른 환자 한 분이 들어왔다. 아마도 같은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것 같았다. 그분은 위내시경만 진행하는 듯했고, 나보다 늦게 들어왔지만 먼저 검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간호사분의 질문이 들렸다. 이름을 확인하고,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간단한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수면 약이 투여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셨고 검사가 시작되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옆 환자의 검사가 끝난 것 같았다.

 

이제는 내 차례

그리고 이번에는 내 차례가 되었다. 간호사분은 같은 질문을 했다. 이름은 무엇인지, 생년월일은 어떻게 되는지, 몇 가지를 확인한 뒤 수면 약을 준비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버텨볼까.’

‘수면 약이 들어가는 순간까지 의식을 유지해볼 수 있을까.’

하지만 결과는 첫 내시경 때와 같았다. 약이 들어가는 순간 모든 생각은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검사는 끝나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며

사실 내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수면 약이 들어가기 직전의 순간이다. 옆 환자가 검사를 받는 동안 나는 이동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병원의 하얀 천장. 밝은 조명.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었다. 급박한 상황도 아니었고, 위험한 순간도 아니었다. 그저 건강검진을 위해 내시경을 받으러 온 평범한 아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낯설게 느껴졌다. 이동 침대에 누워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니 문득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평범한 일상이란 무엇일까

‘만약 내가 정말 큰 병에 걸린다면 어떨까.’

‘만약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때도 지금처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게 되는 걸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물론 그런 상상은 필요 없는 것이었다. 나는 단지 건강검진을 받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 있는 그 짧은 시간은 평소에는 하지 않던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의 나는 걷고, 일하고, 글을 쓰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아들과 뛰어놀며 살아간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감사는 거창하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내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가족과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에세이에서 평범한 밥 한 끼의 소중함을 이야기했다. 배고픔을 경험하고 나서야 밥 한 끼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동 침대 위에서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은 비슷한 방식으로 배운다

어쩌면 사람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배우는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잠시 떨어져 바라볼 때, 그제야 그것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건강을 잃을까 걱정될 때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배고픔을 느껴야 밥 한 끼의 감사함을 알게 되며, 평범한 일상이 흔들릴 때 그 평범함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오늘 어떤 당연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 가운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건강한 몸. 따뜻한 집.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

나는 그것들을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이동 침대 위에서 얻은 배움

검사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별다른 이상도 없었고, 다시 평소와 같은 하루가 이어졌다. 밥을 먹고,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늘 같은 일상의 하루였다. 하지만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동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그 짧은 순간. 어쩌면 그 시간은 내게 건강검진보다 더 큰 배움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7.05 10:17 수정 2026.07.05 10:43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서민들 피눈물 흘리게 하더니…" 동탄 불법 청약 적발 천태만상
집값 폭발 직전? 예타 문턱 다가온 분당선 연장선 최대 수혜지
3억 빼고 알아서 구해라? 무주택자 사다리 끊어버린 금융 규제
한 달 새 2배 폭증! 백신도 없는 영유아 습격 바이러스의 정체
한국 반도체 역대급 사건!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으로 직행한 진짜 이..
투기꾼 잡으려다 고령 농민 피눈물 흘리게 만든 역대급 규제
단순한 모기가 아니다! 48시간 지옥의 고열, 말라리아 증상 총정리
이거 먹으면 당뇨 낫는다? 유튜버 가운에 숨겨진 치명적 진실
시민 아이디어와 AI가 만났다! 서울시, 데이터 혁신도시 패스트트랙 가동..
내 집 마련 포기한 2030 주목! 광교 A17블록 지분적립형 반값 아파..
기흥저수지 환경정화 활동 및 EM 흙공 투척 시민참여 캠페인
"내 집인데 구청장 허락 맡으라고?" 용인 기흥구 아파트 거래 전면 통제..
요즘 애들 노는 밀실 카페의 충격적인 진실
서버를 우주로 쏜다고? 엔비디아 주주라면 무조건 알아야 할 역대급 빅픽처..
용인·동탄·구리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거래 전 필수 확인사항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이유
금리 폭탄에 우주선 추락... 스페이스X 31% 폭락 사태
경기 유기농문화 체험센터 오가닉 681 개관… 마켓경기 30% 할인
경기도 집중호우 대비 캠핑장 야영장 긴급 안전 점검 실시
버려지던 감자의 대반전, 플라스틱 장갑 싹 다 바뀝니다
정부 지원금 받고 내 집 마련까지? 아는 사람만 받아 간다는 역대급 꿀팁..
용인특례시 공공건축 공사현장 교차점검 실시… 안전사고 제로화 도전
목포 남악 KT메가스타 백년대로점
주작부터 현무까지? 남산 팔각정에 나타난 역대급 사방신의 정체!
[더코리츠힐] 서울 도심 속 완벽한 [남산 숲세권]! 버티고개역 [초역세..
이자가 안 나오는 금은 끝났다? 모르면 평생 후회하는 금값의 잔인한 진실..
2025년 3월 28일
드디어 애비뉴얼 명품관 입성!! K_Luxury 의 위엄~
유튜브 NEWS 더보기

일론 머스크의 경고, 2030년 당신의 책상은 사라진다

부의 이동심리, 타워팰리스가 던지는 경제적 신호

그대는 소중한 사람 #유활의학 #마음챙김 #휴식

나 홀로 뇌졸중, 생존 확률 99% 높이는 실전 매뉴얼

숨결처럼 다가온 희망. 치유.명상.수면.힐링

통증이 마법처럼 사라지다./유활도/유활의학/유활파워/류카츠대학/기치유

O자 다리 한국, 칼각 일본? 앉는 습관 하나가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

겨울마다 돌아오는 ‘급성 장폭풍’… 노로바이러스, 아이들 먼저 덮쳤다

아오모리 강진, 철도·항만·도심 모두 멈췄다… 충격 확산

경기도, 숨겨진 가상자산까지 추적했다… 50억 회수한 초정밀 징수혁신으로 대통령상 수상

간병 파산 막아라... 경기도 'SOS 프로젝트' 1천 가구 숨통 틔웠다 120만 원의 기적,...

100세 시대의 진짜 재앙은 '빈곤'이 아닌 '고독', 당신의 노후는 안전합니까...

브레이크 밟았는데 차가 '쭉'... 눈길 미끄러짐, 스노우 타이어만 믿다간 '낭패...

"AI도 설렘을 알까?"... 첫눈 오는 날 GPT에게 '감성'을 물었더니

응급실 뺑뺑이 없는 경기도, '적기·적소·적시' 치료의 새 기준을 세우다

GTX·별내선·교외선이 바꾼 경기도의 하루… 이동이 빨라지자 삶이 달라졌다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행복은 뇌에서 시작된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10가지 습관

자신을 칭찬할 수 있는 용기, 삶을 존중하는 가장 아름다운 습관

아이젠사이언스생명연, AI 신약 개발 초격차 확보 전략적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