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다녀온 뒤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여행을 다녀와서 직장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돌아보고, 기존의 삶과 일하는 방식을 다시 고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 여행은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삶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로 여행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환경을 경험하는 동안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반복되는 업무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삶의 가치와 행복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직장인 박모 씨(42)는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잠시 쉬고 한 달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여행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나는 너무 오래 일만 하며 살았구나'라는 사실이었다"며 "돌아온 뒤 더 늦기 전에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행은 사람의 시야를 넓혀준다. 새로운 문화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한다. 빠르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여유를 즐기며 행복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박종덕 박사(공공자치연구원, 호텔경영학)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며 "여행 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충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행복과 자기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일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건강과 가족, 여가의 중요성을 경험한 사람들이 '돈보다 시간', '성공보다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 디지털 노마드, 귀촌·귀농, 창업, 프리랜서 등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물론 여행의 감정만으로 성급하게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조언도 나온다. 경제적 준비와 경력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둘 경우 또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준비와 현실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인생의 변화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행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장기 체류형 여행, 워케이션, 치유 여행, 자기성찰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이 아니라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되고 있다.
결국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일이 아니다. 익숙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시간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에게 여행은 휴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