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부패 척결, 시작은 했으나 끝은 멀다 — 47명 체포가 던진 질문

알자이디 총리의 칼날, 그를 권좌에 앉힌 바로 그 체제를 향할 수 있을까

민병대가 장악한 경제, 이라크 부패의 진짜 뿌리

알자이디 총리의 딜레마 — 그를 세운 체제와의 싸움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도둑맞은 나라를 되찾으려는 자가, 도둑들의 손을 빌려 권좌에 올랐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지난 5월 취임한 이라크 신임 총리 알리 알자이디는 그 질문 앞에 섰다. 그는 47명의 정치인과 관료를 동시에 체포하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를 총리 자리에 앉힌 정치 구조 자체가 바로 그 부패의 토양이다. 박수와 의문이 동시에 쏟아지는 이유다. 바그다드의 새벽을 가른 체포 작전은, 과연 진짜 변화의 시작인가.

 

종파별 나눠 먹기가 키운 부패의 뿌리

 

이라크는 2003년 이후 종파·민족별 권력 분점 체제를 이어왔다. 각 부처는 사실상 이를 차지한 정파의 사적 자금줄로 기능해 왔고, 이 구조는 20년 넘게 굳어졌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제도적 부패를 인지하고 반부패 기구 설립을 지원했지만, 정작 이라크 국민 사이에서는 "감사관이 뇌물을 요구하면 부패가 얼마나 만연한지 알 수 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돌 정도로 기구 자체가 부패의 또 다른 거점으로 전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워싱턴 주재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한때 이라크로 보내지던 미국 달러 현찰 송금을 디지털 송금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고, 현재 이라크로 향하는 달러 송금의 95%가 디지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패를 줄이는 장치였을 뿐, 뿌리를 뽑는 해법은 되지 못했다.

 

47명 체포, 그린존을 뒤흔든 새벽 작전

 

지난 6월 28일 일요일 이른 시각, 이라크 보안군과 대테러부대(CTS)는 바그다드의 요새화된 그린존을 봉쇄하고 일제 검거에 나섰다. 이라크 국영 통신(INA)은 이번 작전으로 47명이 구금됐다고 발표했으며, 그중에는 면책특권이 박탈된 현직 국회의원 12명, 알아즘동맹 대표 무탄나 알사마라이, 석유부 차관급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번 수사의 발단은 지난달 부패 혐의로 체포된 석유부 정제 담당 차관 아드난 알주마일리의 자백이었다. 알자이디 총리는 직접 작전을 지휘했으며, "국가를 위해 일하면서 고아와 빈자의 돈을 훔치는 자는 끝까지 쫓겠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이번 체포가 "1단계에 불과하다"며 향후 더 큰 규모의 수사가 이어질 것을 예고했다.

 

무기를 쥔 손이 경제를 움켜쥐다

 

미국 외교관 출신 조이 후드는 알자지라 기고를 통해 이라크 부패의 더 깊은 층위를 짚는다. 2017년 IS 격퇴 이후 무장을 해제하지 않은 인민동원군(PMF) 계열 민병대는 오히려 미국을 겨냥한 로켓 공격을 재개했고, 이라크 정부는 내전을 우려해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후 민병대 세력은 쿠르드 지역 검문소에서 통행세를 걷는 수준을 넘어, 의회와 정부 요직을 장악하며 국가 자금으로 운영되는 거대 복합기업까지 만들었다. 

 

이라크 국민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데, 그 배경에는 2022년 국세청 계좌에서 25억 달러가 통째로 빼돌려진 사건과 같은 누적된 불신이 자리한다. 알자이디 총리 역시 같은 부패 정치인들과 민병대 세력의 지지로 권좌에 올랐다는 점에서, 그가 다음 달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보여준 이번 조치는 진정성을 입증하려는 첫걸음이자 동시에 상징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둑을 잡는 손이 도둑들의 박수를 받으며 시작됐다는 사실은, 이번 부패 척결의 가장 큰 역설이다. 47명의 체포는 분명 반가운 신호이지만, 종파별 권력 분점 체제와 테헤란에 더 충성하는 무장 정파라는 구조적 병폐를 건드리지 않는 한 진정한 변화는 요원하다. 워싱턴은 이라크 석유 자금이 민병대를 거쳐 이란으로 흘러드는 통로를 끊고 싶어 하고, 이라크 국민은 자신들의 돈이 안전하게 보호받기를 바란다. 그 두 바람이 한 방향을 향할 때, 비로소 이번 체포는 시작이 아니라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는 이번에야말로 다른 결말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작성 2026.07.01 06:19 수정 2026.07.0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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