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멈췄다. 그러나 평화가 온 것은 아니다. 2026년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이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14개 조항의 양해각서에 서명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두 나라를 전면전의 벼랑에서 끌어내리고 세계 시장에 숨통을 틔운 합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거친 정치적 흥정이 돌아간다. 이 합의로 누가 무엇을 얻었는가. 그리고 이 평화는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가.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세계는 전면전을 걱정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분노한 이란은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4월에는 미국이 이란 항구를 해상 봉쇄하며 맞불을 놓았다. 유조선이 멈추자, 기름값이 출렁였고, 미국 경제마저 위기의 그림자에 들어섰다. 전쟁의 비용은 양쪽 모두에게 너무 빨리 불어났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가 받는 충격도 커졌다. 누구도 끝까지 갈 여력은 없었다.
그래서 두 나라는 협상 탁자로 돌아왔다. 파키스탄과 카타르가 다리를 놓았다. 6월 17일 수요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에서 베르사유 궁전에 머물며 14개 조항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테헤란에서 따로 서명했다.
본래 서명식은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틀 앞당겨 장소를 옮겼다. 협상은 미국 측 밴스 부통령과 위트코프, 쿠슈너가, 이란 측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끌었다. 반세기에 걸친 적대와 번번이 실패한 중동 평화 시도를 떠올리면, 총성이 멈춘 것만으로도 사건이다.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만으로 국제 유가가 몇 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합의 일주일, 셈법은 점점 또렷해진다. 워싱턴이 손에 쥔 가장 분명한 열매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통이다. 이란은 60일간 무료 통항을 약속했고, 미국은 해상 봉쇄를 풀었다. 멈췄던 유조선 행렬이 빠르게 되살아나며 에너지 시장이 한숨을 돌렸다. 다만 정상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바닷속에 깔린 기뢰를 걷어 내는 일만 해도 몇 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러나 더 큰 실익은 이란에 돌아갔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재무부가 제재를 유예하자, 이란은 곧장 세계 시장으로 복귀했다. 특히 중국을 향해 원유 수출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비밀 거래 시절의 할인을 끝내고, 전쟁 전보다 3분의 1 더 많은 하루 200만 배럴 수준까지 팔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전 세계은행에 묶인 1천억 달러 넘는 동결 자산의 해제, 재건을 위한 3천억 달러 규모 기금까지 거론된다. 다만 이 돈의 세부는 아직 안갯속이다. 미국은 한 푼도 직접 내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합의가 최종 단계에 이르고 이란이 약속을 지킬 때, 걸프 동맹이 이란에 발전소를 짓는 식의 투자만 허용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의회는 제재 해제에 여전히 회의적이다. 핵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거듭 확인했고, 농축 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아래 단계적으로 희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무제한 사찰은 항구적 평화 협정 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테헤란의 입장이다. 워싱턴 일각에서 이 합의를 "미국의 패배"라 부르는 이유다. 합의문은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항구적으로 멈추고, 앞으로 서로를 향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약속까지 담았다. 문서의 무게는 가볍지 않으나, 가장 어려운 핵 협상은 60일 뒤로 미뤄졌다.
말의 온도는 진영마다 다르다. 페제시키안은 서명한 문서를 들어 보이며 "강한 이란의 메시지"라 자평했다. 협상을 이끈 갈리바프는 호르무즈가 전쟁 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며, 이란이 통항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60일 무료 기간이 끝나면 사실상의 통행료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다. 국제 해양법은 자연 해협의 통항료를 금지하지만, 인접국이 도선·보험 같은 서비스 명목의 요금을 매기는 길은 열려 있다.
트럼프의 말은 거칠고 직설적이다. 그는 "배들이여, 시동을 걸라"며 개통을 자축했다. 동시에 그는 이란이 약속을 어기면 곧장 폭격으로 돌아가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합의의 안전판이 결국 무력이라는 점을, 그 한마디가 드러낸다. 걸프 국가들은 불편한 기색이다. 미국 국무장관 루비오는 걸프 국가들이 호르무즈 통행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편, 서방 분석가들은 통제되지 않는 이란의 수입이 군사력 증강에 쓰일지 우려한다.
이 합의의 본질은 평화가 아니라 시간 벌기다. 양쪽 모두 지금 당장의 손실을 피하려고 탁자에 앉아 있다. 트럼프는 선거를 앞두고 더 큰 비용을 짊어지기 싫어하고, 이란은 핵심 카드를 쥔 채 급한 실익을 챙겼다. 60일이라는 시계는 이미 돌아간다. 그 안에 핵이라는 가장 무거운 매듭을 풀지 못하면, 합의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가장 약한 고리는 레바논이다. 합의문은 모든 전선에서 군사 작전을 즉시 멈추라 적었지만, 이스라엘은 자신을 묶이지 않은 당사자로 여기며 레바논 작전을 이어 간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한 걸음이 합의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총성은 멎었으나, 평화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