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마르자…강북 '월세 300만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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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진형 기자]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유례없는 ‘월세 폭등’ 국면에 진입했다. 강남권 초고가 단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월세 300만 원’ 거래가 한강북측과 외곽 지역까지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전세 매물 고갈로 갈 곳을 잃은 임차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액 월세 시장에 밀려들면서 서민 주거 사다리가 붕괴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가파른’ 상승세… 강북권도 300만 원 속출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상승률은 0.95%로, 201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았다. 주택 종합 기준(0.81%)으로도 역대 최고치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6만 6,000원을 기록하며 1년 전(141만 5,000원)보다 10.67%나 치솟았다. 실거주 의무와 규제 장벽으로 전세가 씨가 마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불과 반년 만에 6% 넘게 급등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초고가 월세 시장의 지형도 변화다. 올해 1~5월 서울에서 체결된 월세 300만 원 이상 거래는 총 3,688건으로, 전년 동기(3,078건) 대비 19.8% 증가했다. 전체 월세 계약 중 300만 원 이상 비중은 9.4%로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과거와 달리 동대문구(18건→48건), 은평구(5건→15건), 성북구(5건→12건) 등 비강남권 전역으로 확산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단 한 건도 없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서도 올해 7건의 300만 원 이상 고가 거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실제로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5,000만 원·월세 31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만에 월세가 45만 원 뛰었다. 동대문구 '청량리역한양수자인그라시엘' 전용 84㎡ 역시 이달 체결된 월세 계약 5건 중 4건이 300만 원을 넘겼다.
5년 전 전세난 재림… 임차인 절반 ‘버티기’에 매물 말라간다
이 같은 월세 대란의 기저에는 심각한 공급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6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2.5를 기록해 임대차 2법 도입 직후 극심한 품귀를 겪었던 2021년 2월 이후 5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월세수급지수 또한 지난 5월에만 5.1포인트 급등한 114.8을 나타냈다. 지수가 100을 넘어 높을수록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내놓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수급이 악화하자 임차인들은 이사를 포기하고 ‘버티기’에 돌입했다. 올해 5월 이후 서울 전월세 거래 중 갱신계약 비율은 49.0%로 전년 동기(37%) 대비 대폭 늘었다. 계약을 갱신해 주거 이동을 멈추면서 시장에 신규로 도는 유통 물량은 더욱 쪼그라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실제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서울 월세 매물(1만 6,623건)은 1년 전보다 12.2% 감소했으며 중랑구(-68.3%), 구로구(-61.8%) 등 외곽 지역의 감소율은 더 치명적이다.
공급 가뭄 속 정비사업 이주 수요… "세제 개편 시 추가 전가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 임대차 시장의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대출 규제와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선호 현상이 굳어진 가운데, 공급의 축인 입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입주 물량은 2만 7,058가구 수준이며, 내년에는 1만 7,197가구로 더욱 급감한다. 게다가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착공 실적(4,564가구)은 2011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설상가상으로 하반기 송파구 가락미륭, 잠실우성4차 등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대거 대기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검토 중인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개편,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 과세 압박이 오히려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늘리거나 대주택자 매물 출회를 압박하는 정책이 단기 매매 매물은 늘릴지 몰라도, 기존 임대차 공급망을 훼손해 임차인에게 세금 인상분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고액 월세 부담이 누적되면서 자산 형성 기회가 박탈된 서민들이 차라리 매매 시장으로 돌아서는 ‘티핑 포인트’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월세 300만 원은 시중금리 기준 약 6억 원 규모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매달 사라지는 현금 주거비를 지불하느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낫다는 심리가 퍼질 경우,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매매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시장 모니터링이 시급한 시점이다.
AI부동산경제신문 | 편집부
이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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