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전세난에 밀려난 세입자들 경기 핵심지 전셋값까지 신고가 행진
동탄 광명 성남 등 서울 대체 주거지로 수요 집중 전세 매물 감소에 수도권 전세시장 불안 확산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세입자들의 이동 경로가 경기도로 향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경기권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수도권 전세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고 교통 학군 등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8일 기준) 경기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1월 셋째 주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역별로는 화성 동탄이 0.52% 올라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어 광명 0.44%, 성남 수정구 0.41% 순으로 나타났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가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광명과 성남 수정구는 서울과 인접한 입지적 장점으로 서울 대체 주거지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경기권 전셋값 상승은 서울 전세시장 불안과 맞물려 있다. 서울 내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세입자들이 경기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이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주거 수요는 눈에 띄게 늘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거주자가 경기도 집합건물을 매수한 사례는 1만894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3060건과 비교하면 약 45% 증가한 수치다.
전문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격은 통상 매매가격과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집값 상승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줄어든 점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서울에서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자들이 점차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기권에서도 수요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 출퇴근이 편리하고 교육 환경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역세권 단지나 학교가 가까운 아파트가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면적 85㎡ 전세는 지난 9일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신분당선 성복역을 이용하면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화성시 동탄구 ‘동탄역포레너스’ 전용 84㎡ 역시 지난 8일 5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2021년 5월 이후 약 5년 1개월 만의 최고가다. 단지 주변에 초·중·고교가 밀집해 있어 학군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전세시장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재편 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의 전세 매물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시행한 데 이어 같은 달 29일부터는 전세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을 매입한 경우에도 기존 전세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기존 세입자는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하는 반면,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물량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공급은 감소하고 수요는 증가하는 상황이 전세시장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전세 매물 감소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비아파트 시장은 여전히 전세사기 후유증이 남아 있고 재개발 등 개발 호재가 없다면 가격 상승 기대도 제한적”이라며 “수요자들은 안정성과 자산가치 측면에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으며, 서울 비아파트보다 경기권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난이 경기 핵심 주거지로 확산되며 시장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전셋값 상승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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