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이따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을 마주하곤 합니다. 누군가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바로 그것이지요.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이런 이기적인 흔적을 발견하면 누구나 화가 나기 마련입니다. 마음속으로 타박을 하며 기분을 망치기도 쉬운 순간, 얼굴을 붉히는 대신 기발한 유머로 부드러운 일침을 가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누굴까
한라산
오르는 길
버려진 캔
누굴까
간이
이 산만큼 큰 사람
_김남순
김남순 시인의 '누굴까'는 한라산을 오르는 길에 마주친 덩그러니 버려진 캔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던 발걸음이 그 작은 캔 앞에서 잠시 멈칫했을 것입니다. 보통이라면 '도대체 어떤 양심 없는 사람이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을까'라며 혀를 차고 불쾌해했을 텐데, 시인의 시선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합니다.
"누굴까, 간이 이 산만큼 큰 사람"
이 짧은 문장에 담긴 재치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감히 이 거룩하고 웅장한 한라산에 쓰레기를 툭 버릴 생각을 하다니, 그 담력이 한라산만큼이나 크겠다는 뼈 있는 농담이지요. 잔뜩 날카로워질 수 있는 짜증의 순간을 '아하!' 하는 깨달음과 웃음으로 뒤바꾸는 것, 이것이 바로 '아하시'가 가진 진정한 힘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이와 비슷합니다. 무례한 사람이나 이기적인 행동을 마주할 때, 똑같이 화를 내고 언성을 높이면 결국 다치는 건 내 마음의 평화뿐입니다.
타인의 잘못을 날 선 말로 베어내기보다, 시인처럼 한 박자 쉬고 유쾌한 유머로 둥글게 받아넘기는 여유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이 오히려 상대의 잃어버린 양심을 더 따끔하게 일깨우는 세련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을 아끼고 타인을 배려하는 작은 마음은 곧 우리 사회의 건강한 시민 의식과 인간 존엄을 지키는 기초가 됩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의 밉상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오를 때면 한라산만큼 '간이 큰 사람'을 떠올리며 피식 한번 웃어넘겨 보세요. 뾰족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시인 소개

김남순 시인은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종이접기와 한지그림 등 섬세한 예술 분야에서 지회장을 역임하며 오랜 시간 아름다움을 빚어온 손길을 지녔습니다.
세무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며 마주한 다양한 삶의 결을 이제는 다정한 언어로 엮어내고 있지요.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1기'를 수료하며, 공저 시집 "오늘도 아하!"를 통해 세상을 향한 따뜻하고 유쾌한 시선을 독자들과 나누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