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주택 건설 시장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이나 자체 도급 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공 분양 및 임대 주택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특히 시공능력평가 최상위권에 위치한 메이저 건설사들이 대거 입찰에 뛰어들며 뜨거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현재까지 상반기에만 전국 21개 사업 지구(블록)에서 총 1만 4,913가구 규모의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이하 민참사업)에 대한 공모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과거 민간 택지 분양에 열을 올리던 시기와 달리, 올해 치러진 1차와 2차 공모에서는 단 한 곳의 미달도 없이 최소 1개 이상의 민간 시공 사업단이 참여의사를 밝히며 흥행을 이어갔다.
업계의 이목을 끄는 대목은 내로라하는 1군 대형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행보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과 4위인 DL이앤씨가 이미 올해 상반기 주요 사업지에서 시공권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시공능력평가 5위의 GS건설 역시 경기 평택 고덕 지구 등 알짜배기 사업지 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공공주택 시장이 대형사들의 브랜드 각축장으로 변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세부 입찰 현황을 살펴보면 경쟁 분위기는 더욱 명확해진다. 총 7,059가구를 공급하는 2차 민참사업 공모 중 단독 지구로 발주된 평택고덕 A70블록과 인천검단 AA30블록은 다수의 건설사가 연합체를 구성해 치열한 전면전을 벌였다.
특히 인천검단 AA30블록(분양전환 공공임대 444가구, 추정 사업비 1,430억 원)의 경우,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3개의 대형 사업단이 동시에 맞붙는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중견 및 대형 건설사가 섞인 BS한양·코오롱글로벌·신동아건설 연합, 동문건설·CA이앤씨·동화이앤씨 연합, 그리고 금강주택·진흥기업·대광건영 연합이 저마다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앞세워 각축전을 벌이는 중이다.
사업비 규모가 4,119억 원에 달하는 대어급 현장인 평택고덕 A70블록(공공분양 1,225가구) 역시 뜨겁다. 이곳에는 GS건설이 HJ중공업, 대보건설 등과 손을 잡고 출사표를 던졌으며, 이에 맞서 DL건설이 계룡건설산업, 남광토건과 동맹을 맺고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다.
리스크 분산과 사업 규모 확대를 위해 LH가 도입한 '패키지형 공모'도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2개 이상의 블록을 하나로 묶어 발주하는 방식으로, 단독 응찰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다진 곳들이 눈에 띈다. 평택고덕 A72·A73블록(총 1,295가구)은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확약서를 제출했고, 평택고덕 A69·A71블록(총 1,995가구) 역시 극동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해 사업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도권 핵심 요지로 꼽히는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 부지 개발사업 역시 민참사업 형태로 추진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정부의 공급 확대 대책의 일환인 이 부지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중흥건설·태영건설)이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추정 사업비만 5,908억 원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향후 공공분양 1,709가구와 청년특화 통합공공임대주택 391가구가 결합된 프리미엄 주거단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앞서 진행된 1차 민참사업 공모에서도 대형 건설사의 수주 낭보가 이어졌다. 총 2,869가구 규모의 1차 공모에서는 DL이앤씨 컨소시엄이 오산오산1, 인천검단, 인천영종 등 4개 블록을 묶은 11차 패키지(사업비 5,583억 원)를 거머쥐며 'e편한세상' 브랜드 타운 조성을 예고했다. 또한 양주회천 지구의 12차 패키지(사업비 3,692억 원)는 남광토건 컨소시엄이 계룡건설 컨소시엄과의 치열한 심사 경쟁 끝에 최종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LH 민참사업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발주 기관의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과 유연한 사업 구조 설계가 자리 잡고 있다. LH 측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압박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공사비를 보장하도록 지침을 정비했으며, 여러 블록을 결합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다변화 전략을 취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토지 매입 대금에 대한 금융 비용 부담이 없고, 분양 리스크를 일정 부분 공공과 분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융단폭격식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시장의 열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LH는 현재 총 4,985가구 규모의 3차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성남복정1, 고양창릉, 화성동탄, 수원당수 등 수도권 최고 선호 지역들이 패키지 및 단독 형태로 매물로 나왔다. 이달 중 사업 확약서 접수를 마감하고 조만간 최종 평가 결과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하반기 예정된 약 4,000가구 규모의 6개 블록 추가 공모까지 합산하면 올해 공공 분야에서 나오는 주택 물량은 역대급 규모에 도달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불과 1~2년 전만 해도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 주택 사업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는 시장 환경이 완전히 뒤바뀐 상태"라며 "토지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LH가 발주하는 대규모 패키지 사업은 건설사들이 생존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핵심 먹거리이자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민간 주택 시장의 고사 위기 속에서 LH의 민간참여 공공주택 사업은 건설 업계의 거대한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와 안정적 물량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된 시점에서, 하반기 예정된 대규모 추가 공모 역시 메이저 브랜드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될 것이 자명하다. 결국 브랜드 인지도를 입은 공공주택의 진화는 향후 수도권 분양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열쇠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