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성실함이었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조직의 규칙을 잘 따르는 사람은 신뢰를 얻었고, 승진의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았다. 산업화 시대의 조직은 정해진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경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노동시장은 전혀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AI)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반복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미래 일자리 보고서를 통해 분석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회복탄력성, 리더십 등을 미래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 또한 향후 수년간 직무에 필요한 핵심 역량 상당수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단순히 일을 많이 하거나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역량이 바로 능동성이다. 많은 사람이 적극성과 능동성을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지만 커리어의 관점에서 두 개념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개인의 성장 속도는 물론 조직 내 영향력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적극성과 능동성은 무엇이 다른가
직장 생활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적극적으로 일하라”는 조언이다. 실제로 적극성은 조직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적극적인 사람은 주어진 업무에 높은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한다. 업무 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완수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능동성은 행동의 출발점이 다르다. 능동적인 사람은 업무를 수행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현재의 업무 과정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며, 새로운 기회를 제안한다. 다시 말해 적극성이 ‘실행의 태도’라면 능동성은 ‘사고의 태도’에 가깝다.
적극적인 직원은 지시받은 일을 잘 수행한다. 능동적인 직원은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필요한 일을 먼저 발견한다. 적극성이 조직의 현재를 움직인다면 능동성은 조직의 미래를 설계한다. 기업들이 최근 들어 주도성, 문제 해결력,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정답을 알고 움직이는 사람보다 문제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왜 능동적인 인재를 원할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기업들은 성실성과 실행력을 인재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AI 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인재 전략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세계경제포럼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적응력, 창의성, 분석력, 리더십이다. 이는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보다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기업들은 기존 업무를 반복하는 사람보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며 조직의 비효율을 개선하는 구성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승진과 보상의 기준 역시 단순 업무 수행 능력에서 조직 기여도와 혁신 역량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국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는 개인의 직급과도 무관하다. 신입사원이라도 조직이 미처 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할 수 있다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커리어의 격차는 사고방식에서 시작된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시작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은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한다. 상사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고 정해진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한다. 조직 입장에서 매우 필요한 인재다. 다른 한 사람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왜 이 업무는 이렇게 진행되는가. 고객은 무엇을 불편해하는가. 더 효율적인 방법은 없는가. 새로운 시장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시간이 흐르면 두 사람의 경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 사람은 뛰어난 실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사람은 조직 전체를 바라보는 기획자와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커리어의 차이는 업무량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방식에서 시작된다. 능동적인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시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다. 많은 리더가 조직 내 핵심 인재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 인간에게 남겨진 경쟁력
생성형 AI는 이미 많은 업무 영역에 진입했다. 문서 작성, 정보 검색, 데이터 정리, 보고서 초안 작성은 이제 AI가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인간의 경쟁력이 질문을 만드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능동성은 단순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핵심 역량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질문을 만들며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은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직장인에게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이다.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왜 이 일을 하는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는 습관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성실함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다. 적극성 역시 조직이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이다. 그러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오늘날에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업이 찾는 인재는 주어진 일을 잘하는 사람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미래의 커리어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적극성은 현재의 성과를 만든다. 능동성은 미래의 기회를 만든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나는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먼저 발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앞으로의 커리어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