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사회의 가장 무거운 도덕적 장부 한 곳에, 한 국가의 이름이 새로 적혔다. 유엔(UN)이 분쟁지역 성폭력 가해 당사자를 기록하는 연례 보고서의 부속 명단에 이스라엘 보안군을 처음으로 포함한 것이다. 외교가에서 흔히 '블랙리스트'라 불리는 이 목록에는 그동안 이슬람국가(ISIS)와 하마스 같은 무장 세력이 이름을 올려 왔다. 한 주권 국가가 이 자리에 들어선 일은 검토 제도가 시작된 지 15년 넘는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스라엘은 격앙했고, 유엔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 곧 피해를 증언한 사람들의 이름은 숫자로만 남았다. 이 기사는 그 숫자 뒤에 가려진 진실을 따라간다.
이 결정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벼락이 아니다. 그 씨앗은 이미 지난해 뿌려져 있었다. 2025년 8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측에 공식 서한을 보내 '주의(on notice)' 조치를 통보했다. 이스라엘 무장·보안 인력이 여러 교도소와 구금 시설, 군 기지에서 팔레스타인 피구금자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credible information)"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시기 러시아도 같은 경고를 받았다.
경고는 곧 약속의 그림자였다. 유엔의 분쟁 관련 성폭력(CRSV) 보고서는 매년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되며, 한 해 동안 검증된 정황을 근거로 가해 당사자를 부속 명단에 등재한다. 한 번 이름이 오르면 최소 1년간 그 자리에 머문다. 하마스는 이미 2025년 8월 이 명단에 올랐다. 이스라엘에 대한 등재 압력은 그 이후 한층 거세졌고, 마침내 1년의 유예 끝에 현실이 되었다.
2026년 5월 29일 금요일, 35쪽 분량의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보고서는 12개국 77개 정부·비정부 당사자를 분쟁지역 성폭력의 가해 혐의자로 적시했다. 그 명단의 새 이름이 바로 이스라엘과 러시아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교도행정을 담당하는 '이스라엘 교도청(IPS)'이 2026년 목록에 직접 포함되었고, 다른 당국들은 향후 등재 가능성을 두고 감시 체계 안에 들어갔다.
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은 분쟁 관련 성폭력 담당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 프라밀라 패튼이다.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유엔이 검증한 피해 규모를 건조한 숫자로 기록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출신 남성 14명, 여성 7명, 소년 9명, 소녀 1명이 고문의 한 형태를 포함한 분쟁 관련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다. 자국은 유엔 측에 현장 방문을 초청했으나 조사단이 끝내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일관된 항변이다.
뉴욕 유엔 본부, 보고서 공개를 전후한 그 며칠 동안 외교의 공기는 팽팽했다. 이스라엘의 유엔 주재 대사 대니 다논은 X(옛 트위터)에 올린 영상과 성명을 통해 분노를 쏟아냈다. 그는 이번 결정을 "스캔들"이자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며, 사무총장과 그 측근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를 하마스 테러리스트들과 같은 명단에 올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것이 그의 항변이다.
다논은 더 나아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의 모든 접촉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이 사무총장과 끝났다"라는 그의 한마디는 유엔과 이스라엘 사이의 깊은 균열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국의 유엔 주재 대사 마이크 왈츠 역시 이스라엘을 테러 조직과 같은 줄에 세웠다며 유엔을 질타했다.
그러나 유엔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 사무총장 대변인 스테판 뒤자릭은 다논의 발언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사무총장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라고 밝혔다. 보고서를 쓴 패튼 특별대표는 더 단호했다.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예방 조치를 어떻게 이행했는지에 관해 단 한 조각의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기자들 앞에서 증언했다. 구테흐스의 임기는 2026년 12월 31일 끝난다. 그가 마지막 해에 내린 이 결정은 그의 재임 기간 가장 무거운 외교적 파장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다.
숫자 뒤에 남은 한 사람
기사를 쓰는 내내 마음을 떠나지 않은 것은 정치도, 외교의 승패도 아니었다. 보고서 한 줄에 적힌 그 숫자, 소녀 한 명이다. 14명, 7명, 9명, 그리고 단 한 명. 통계는 늘 사람을 숫자로 줄여 놓는다. 그러나 그 한 명에게는 이름이 있었고, 얼굴이 있었고, 누군가의 품에서 자란 어린 날이 있었다.
명단의 정치학은 복잡하다. 누군가는 이를 정의의 회복이라 부르고, 누군가는 편향된 정치 공세라 부른다. 진실은 법정 밖에서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느 깃발 아래에서든, 어느 정당함의 이름으로든, 사람의 존엄이 짓밟히는 일은 변명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강한 자의 손이 약한 자의 몸에 닿을 때, 그곳에서 무너지는 건 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가 모두 함께 딛고 선 인간성의 바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