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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숨 한 번 편하게 쉬고 싶다” 북이면 쓰레기 반입 결사반대 전말

전국 최대 소각장 밀집지역의 비극… 수도권 직매립 금지 조치에 ‘쓰레기 식민지’ 전락 위기

외벽엔 ‘친환경’ 내걸었지만 주민들은 ‘악취와 질병’에 신음, 지역 상생 대책 시급

 

[충북 청주=현장취재]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의 한 왕복 2차선 도로변. “우리나라 최고의 친환경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합니다”라는 대형 폐기물 처리업체의 매끄러운 홍보 문구 뒤편으로, 육중한 소각장 굴뚝과 공장 건물이 하늘을 가리고 서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공약이 무색하게도, 도로 인근에는 붉은 글씨로 쓰인 거친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류카츠저널] 서울쓰레기 북이면 반입 결사반대 – 북이면 용계리 마을주민 일동 사진-이진주

 

겉으로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거대 자본의 폐기물 시설과, 생존을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원주민들의 처절한 외침. 이 두 풍경의 기묘한 대비는 오늘날 대한민국 지방이 겪고 있는 ‘환경 불평등’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의 불똥이 왜 이곳 충북의 작은 농촌 마을로 튀었는지, 그 전말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의 부메랑, 목소리 작은 지방이 표적 됐다

 

갈등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자체 소각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립마저 막히자, 결국 전국의 사설 민간 소각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표적이 된 곳이 바로 청주시 북이면 일대다. 북이면에 소재한 민간 소각업체들은 서울 강남구를 비롯해 경기 화성시, 광명시, 양평군, 인천 강화군 등 수도권 5개 자치단체와 연간 2만 6,400여 톤에 달하는 생활폐기물 위탁 처리 계약을 체결했다. 폐기물관리법상 ‘발생지 처리 원칙’이 무력화되면서, 대도시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가 매일 수십 대의 트럭에 실려 이곳 북이면으로 ‘원정 소각’을 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소각량의 20% 집중… 주민들은 암과 질병으로 쓰러져가

 

“막을 수 있다면 목숨 걸고 막아야 합니다. 이미 여긴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굴뚝을 바라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청주 지역은 전국 사업장 폐기물 일일 소각량의 약 20%가 집중되어 있는 ‘대한민국 최대의 소각장 밀집지’다. 특히 북이면 반경 2km 이내에는 소각장 4개소와 음식물 처리장, 폐타이어 분쇄업장 등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하루에만 수백 톤의 쓰레기가 태워진다.

 

과거 주민들이 자체 조사했을 당시 인근 19개 마을에서 암으로 사망한 주민만 60여 명에 달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역학조사 결과 폐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유의미하게 높다는 통계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과의 지루한 행정소송과 법적 공방 속에서 주민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받아왔다. 한때 1만 명을 넘겼던 북이면 인구는 현재 반토막이 난 상태다.

 

[류카츠저널] 북이면 인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다. 출처:KOSIS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경계 맞댄 증평군까지 불길 확산… “지방은 수도권의 쓰레기 식민지인가”

 

이 고통은 비단 청주시 북이면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구역상 경계를 맞대고 있는 인접 지자체인 충북 증평군 역시 비상이 걸렸다. 북이면 소각장들과 불과 1.6km~5km 거리에 증평읍 시가지와 공동주택 단지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증평군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환경 부담을 비수도권에 떠넘기는 쓰레기 원정 처리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강경 대항을 선언했고, 지역 환경·사회단체들도 릴레이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은 매일 아침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정체 모를 악취와 미세먼지, 소각재를 나르는 대형 트럭들의 소음에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고 호소한다.

 

 ‘반입협력금’ 부과 등 제도 개선과 발생지 처리 원칙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대도시의 쾌적함을 위해 지방 주민들의 건강권을 희생시키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공공 처리시설에만 적용되는 ‘명절 및 평시 반입협력금(징벌적 수수료)’ 제도를 민간 사설 소각장에도 강제 적용할 수 있도록 폐기물관리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설 업체들이 돈벌이를 위해 외지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행위를 법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이면 용계리 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님비현상)가 아니다. 수십 년간 발암물질과 악취를 마시며 살아온 주민들이, 대도시 쓰레기의 최종 처리장으로 전락할 수 없다는 마지막 ‘생존의 외침’이다.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들이 자체 소각장 건설을 미루고 지방의 민간 자본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한, 북이면 주민들의 눈물 섞인 투쟁은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작성 2026.05.28 21:25 수정 2026.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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