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3] - 다윗이 왜 그랬을까?

사라진 식별 장치와 법궤 없는 성막, 다가올 포로기 성전의 예감

기브온 성막과 예살루렘 법궤의 비극, 왕의 편리함이 낳은 예배의 이원화

지성소를 벗어난 찬송의 감동, 믿음과 눈치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

박상돈 교수 | 합동총회신학교 성경신학

 

성막과 성전은 하나님께서 임하시는 구별된 장소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예배처소가 분명합니다. 물론 성막과 성전 이전에도 구별된 예배처소는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가는 곳마다 제단을 쌓고 하나님 이름을 불렀습니다. 이삭도 그랬고 야곱도 그랬습니다. 특히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 의 집 환상까지 보았습니다(창 28:17). 그러나 그 어떤 곳도 성막이나 성전으로 불리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성막과 성전은 하나님이 명하신 말씀에 따른 결과입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불러 성막을 지으라 말씀합니다. 또한 하나님이 다윗에게 성전 모형도를 일러주셨습니다. 다만 성전을 세울 자는 다윗이 아니라 솔로몬이어야 했습니다. 성전은 오직 하나님이 허락하셔야만 세울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성막과 성전은 모두 하나님의 집으로 불립니다.

 

그러면 성막과 성전은 어떻게 다른지 찾아가 보겠습니다. 특히 성막과 성전에 담긴 신학의미,그 차이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성막과 성전 차이점은 이동성 여부에 달렸습니다. 성막은 이동할 수 있고 성전은 당연하지만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에 따라 성막과 성전이 지닌 역기능, 곧 위험성도 다릅니다. 성막이 이동하느냐는 전적으로 하나님 뜻에 달렸습니다. 누군가가 하나님 뜻이라며 그릇된 길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물론 광야 시대 때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누구라도 하나님 뜻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식별 장치가 낮에는 구름 기둥, 밤에는 불기둥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나안 정복 이후 그 식별 장치는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사사시대를 통과하며 성막은 선동에 맥없이 휘둘리고 말았습니다. 블레셋과 전투하며 번번이 패하자 이스라엘이 어떤 대책을 내놓았습니까? 성막 지성소에 있는 법궤를 자기 멋대로 들고나왔습니다(삼상 4:4). 하지만 블레셋에게 패하며 법궤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법궤를 버리고 줄행랑쳤습니다. 그 결과 사사시대 끝자락에는 법궤 없는 성막 시대가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후 성막 지성소에는 법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법궤 없는 성막은 아주 먼 훗날을 예감하게 합니다. 포로기 이후 다시 세워진 스룹바벨 성전을 보십시오. 그 성전 지성소에도 법궤가 없었습니다. 시대를 건너뛰어 마지막 성막과 2차 성전은 피차 법궤가 없으니 닮은꼴입니다.

 

이스라엘이 성막 지성소에서 법궤를 빼낸 때가 언제입니까? 사무엘 선지자가 어렸을, 그때 아닙니까? 이스라엘 역사에서 사무엘은 어떤 선지자입니까? 그는 사사시대와 왕정시대를 이어주는 아주 중요한 선지자입니다. 사무엘만큼 선이 굵직한 선지자가 또 있겠습니까? 초대 왕 사울과 이대 왕 다윗에게 모두 기름부은 선지자입니다. 하지만 사무엘은 집 나간 법궤를 되돌려놓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사사였을 때는 물론 사울을 왕으로 세웠을 때도 그랬습니다. 법궤 없는 성막인데도 그 어떤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은 어린 시절 성막에서 자랐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 음성을 듣고 선지자로 세워졌습니다. 그러니 성막과 연관된 그 어떤 영적 갈증도 없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러면 믿음 좋기로 유명한 다윗은 또 어떻습니까? 당시 성막은 베냐민 땅 기브온에 있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법궤는 기브온이 아닌 유다 땅 기럇여아림에 있습니다(대상 13:5). 당연히 성막 지성소에 있어야 할 법궤가 다른 지역에 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법궤를 옮기기로 작정합니다. 그랬으면 성막이 있는 기브온으로 옮겨야 맞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윗은 기브온이 아니라 예루살렘으로 옮겨놓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법궤 이동과정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다윗 앞에서 선지자는 물론이고 제사장들조차 일언반구도 없이 잠잠합니다. 오히려 다윗 뜻에 찬성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입니다.

 

예루살렘으로 법궤를 옮겨놓고 다윗은 성막을 어떻게 했습니까? 혹시 성막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려고 법궤를 먼저 이동시켰습니까? 하지만 다윗은 성막이 아니라 성전을 세울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니 성막을 해체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아직 성전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기브온에 있는 성막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다윗 말년에 그가 하나님 앞에 저지른 커다란 죄가 있습니다. 이른바 교만하게도 하나님 군대인 이스라엘을 계수합니다. 진노하신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치셨습니다. 그렇게 죽음의 천사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절체절명 상황입니다. 

 

그때 다윗이 죄를 깨닫고 옷을 찢으며 회개기도합니다. 그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용서받을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다윗이 찾아간 자리는 오르난의 타작마당이었습니다(대상 21:26-27). 그런데 이어지는 다음 구절들이 정말 묘합니다. 사실 역대기 기자는 다윗에 대해 웬만해선 잘못을 말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잘한 내용만 골라 기록하는 방편을 택합니다. 그런데 예외를 하나 남겨두었습니다. 문제는 하필 그 내용이 성막 홀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대상 21:29-30).

 

모세가 광야에서 지었던 성막은 여전히 기브온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감히 그 앞에 가서 하나님께 묻지 못합니다. 용서함을 받은 다윗이 왜 여전히 두려워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성막이 있는 기브온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법궤를 옮긴 후 예배를 재정비합니다. 그렇게 법궤 앞에 성가대를 세워 하나님을 찬송하게 합니다. 또한 성막이 있는 기브온에는 제사장 사독과 형제들을 보내 제사하게 합니다(대상 16:39).

 

그러니 다윗 생각과는 다르게 자연스레 예배가 이원화됩니다. 찬송만 하는 예배와 희생 제사만 있는 예배로 나뉩니다. 예루살렘은 가기 편하고 기브온은 가기가 번거롭습니다. 우렁찬 찬송만 있는 예루살렘 법궤를 보십시오.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올 수 있는 손쉬운 예배에 심지어 감동까지 있습니다. 반면 성막이 있는 기브온 예배는 어떻습니까? 흠 없고 정결한 짐승을 끌고 가는 힘겨운 예배입니다. 여기에다 들리느니 희생제물이 된 동물 울음소리뿐입니다. 그러니 떠오르니 지은 죄만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나 대신에 양이나 비둘기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짠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라면 어느 쪽 예배에 참석하시겠습니까? 더군다나 왕인 다윗이 어디에 있습니까? 앞에서 보았듯이 기브온에는 하나님이 두려워 감히 묻지를 꺼려합니다. 그런 다윗이 어디에서 예배하겠습니까? 심지어 다윗은 이스라엘 최고 노래꾼이기도 합니다. 그 다윗이 기브온까지 예배하러 가겠습니까? 법궤가 있는 예루살렘에서 예배함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겠습니까? 까놓고 다윗이 그렇다는데 그 누가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법궤 앞에서 찬송할 수 있는지 물어는 보았습니까? 성막 혹은 성전 설계도면을 떠올려보십시오. 법궤는 성소가 아닌 지성소에 있어야 합니다. 성소조차 찬송과 거리가 먼데 하물며 지성소는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다윗은 성가대를 어디에 세웠습니까? 임시로 법궤를 모셔둔 장막 바로 앞에서 찬송합니다. 물론 다윗은 믿음으로 그렇게 했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윗을 보며 따라갈 뿐입니다. 마치 헨델(G. F. Handel)이 메시야를 처음 연주할 때와 엇비슷합니다. 할렐루야에 감동한 왕이 벌떡 그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일어서기 시작합니다. 감동해서였습니까, 아니면 눈치를 본 탓이겠습니까?

 

 

작성 2026.05.27 06:16 수정 2026.05.2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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