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의 즉각 폐기를 다시 한번 강도 높게 요구한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이 4월 8일 잠정 휴전을 거치고도 봉합되지 못한 가운데, 26일(현지 시각)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남부에 '자위(自衛)' 명목의 새로운 타격을 단행한다. 그와 거의 같은 시각, 지난 2월 부친 알리 하메네이의 피살 이후 권좌에 오른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이 마지막 날에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도전적 선언을 내놓는다.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약 400kg의 60% 농축 우라늄, 그 운명을 둘러싸고 워싱턴과 테헤란이 또다시 벼랑 끝에서 정면으로 마주 선다.
다시 끓어오르는 중동의 '핵 화약고'
이번 사태의 뿌리는 2026년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이스라엘·미국 연합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테헤란에서 피살되며, 이란은 사상 초유의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이한다. 이어 3월 8일, 그의 아들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제3대 최고지도자로 선출된다. 4월 8일 파키스탄의 중재로 양국이 잠정 휴전에 합의했으나, 5월 4일부터 저강도 충돌이 재개되며 정세는 다시 격랑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협상의 최대 난제는 단연 핵(核) 문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파한 핵 단지 인근에 약 400kg에 달하는 60% 농축 우라늄을 비축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 60%에서 무기급(90%)까지의 기술적 거리는 절대 멀지 않다.
트럼프의 최후통첩과 미 중부사령부의 '자위'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밤(현지 시각)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에 짧고 단호한 글을 올린다. "농축 우라늄(핵 분진)은 즉각 미국으로 인도되어 폐기되거나, 되도록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하에 원자력 위원회 혹은 이에 준하는 기관의 입회 아래 현장이나 다른 수용 가능한 장소에서 폐기되어야 한다"라는 내용이다. 같은 시각 미 중부사령부 팀의 호킨스 대변인은 이란 남부의 미사일 발사 지역과 기뢰 부설 준비 중이던 이란 함정을 자위 차원에서 타격했다고 발표한다.
한편, 이란 측은 14개 항으로 구성된 양해각서(MOU)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하메드 바케르 칼리바프는 카타르를 방문하여 동결된 자국 자산 240억 달러 가운데 절반인 120억 달러의 즉시 해제를, 잔여분은 60일 이내 이체할 것을 요구한다.
테헤란과 예루살렘,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외침
26일 오전, 무즈타바 하메네이는 희생절 명절(이드 알-아드하)과 핫즈를 맞아 이슬람권 전역에 서면 메시지를 띄운다. "미국은 이제 이 지역에 군사 기지를 세울 수 없다. 이스라엘은 마지막 날에 가까워지고 있다"라는 단호한 선언이다. 그는 부친의 생전 발언 "이스라엘은 25년 안에 사라진다"를 거듭 인용한다. 이란 국가 안보 최고 위원회 사무총장 무함마드 바케르 줄카드르 역시 "물러서지 않는다. 군대도, 외교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우리 국민도 그것을 증명한다"라고 응전한다.
반면 예루살렘에서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 안보 장관이 "이스라엘에 해로운 어떤 합의도 용납하지 않는다"라며 레바논 자흐라니 강 이남까지의 점령 가능성을 거론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군(軍)에 "레바논에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말라"라고 지시한다.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의 로렌초 카멜 교수는 알자지라와의 대담에서 "방 안의 코끼리는 또다시 네타냐후"라고 일갈한다. 미국이 그를 제어하지 않는 한, 어떤 평화 합의도 유리잔처럼 깨질 것이라는 냉정한 진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