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화 시대, 연금 재정의 위기
현행 기초연금 지급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48년에는 기초연금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두 배에 육박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홍우형 교수와 경상국립대학교 경제학과 이상엽 교수는 학술지 '재정학연구'에 게재한 논문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기초연금 개편 방안 연구'를 통해 이 같이 경고하며, 지급 대상 축소·차등 지급·수급 연령 상향 등 세 가지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지난 10년간의 평균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국가데이터처의 장래인구추계 중위 전망치를 적용해 미래 예산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기초연금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3.08%에서 2048년 6.07%로 1.97배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 역시 2024년 0.79%에서 2048년 1.70%로 2.2배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재정 팽창은 사회복지 체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약 34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노후 생활 안정을 목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제도가 실질적 빈곤층 지원에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의 24.68%가 '정책적 빈곤선'(기준 중위소득 50% 이하)보다 소득이 높은 상태에서 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소득 하위 70%라는 기준이 복지 사각지대의 빈곤 노인을 대변하는 기준이 되지 못하고, 한정된 재정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다.
기초연금 현행 제도의 문제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지나치게 넓고,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출의 규모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자원 분배의 형평성과 제도 설계의 정합성에 관한 근본적 물음이다.
연구진은 세 가지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향후 20년간 지급 대상을 매년 1%포인트씩 축소하여 점진적으로 소득 하위 50% 이하 노인에게만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질적 빈곤층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취지다. 둘째, 기초연금액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급하여 소득이 낮은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이다. 셋째, 기초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국민연금과 연계하여 현행 65세에서 점진적으로 67세 또는 6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 세 가지 방안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조합하여 적용할 경우 재정 절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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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급 대상 축소나 수급 연령 상향은 현재 연금을 수령 중이거나 수령을 앞둔 노인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제도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단계적 이행 계획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도 연구진은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위한 방안
고령 인구의 증가는 소비 구조 변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동반하며, 이는 국내 경제 성장률 둔화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될수록 정부 세수는 줄고 복지 지출 수요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을 넘어 거시경제 안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에서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인식이 학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등 지급, 지급 대상 단계적 축소, 수령 연령의 점진적 상향 조정은 재정 지속 가능성과 복지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심 정책 수단으로 논의된다.
정부가 이러한 개편 논의를 구체적인 정책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다.
FAQ
Q. 기초연금 개편이 실제로 시행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A. 연구진이 제시한 세 가지 개편 방안은 학술 논의 단계에 있으며, 실제 정책으로 전환되려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급 대상 축소나 수급 연령 상향은 현재 수급자 및 수급 예정자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정치적 저항이 상당할 수 있다. 다만 2048년까지 정부 예산 대비 비중이 두 배로 늘어난다는 재정 전망이 구체화될수록, 정부와 국회가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압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계적·점진적 전환 방식을 택할 경우 사회적 충격을 줄이면서 재정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기본 입장이다.
Q. 기초연금 개편이 노인 빈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50%로 좁히고 차등 지급을 도입하면, 실질적으로 가난한 노인에게 자원이 더 집중되는 효과가 생긴다. 현재 수급자의 24.68%가 정책적 빈곤선보다 소득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편 후 빈곤 노인 1인당 지급액을 확대할 재정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현재 소득 하위 51~70% 구간에 속하는 노인은 수급 자격을 잃을 수 있어, 이 계층에 대한 별도의 안전망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수급 연령을 67~68세로 상향할 경우 65~67세 사이의 노인이 공백 기간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설계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