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이 잡아낸 비극…이스라엘, 남부 레바논 마을들을 '지도에서 지우고 있다'

"전쟁이 우리에게서 기억까지 빼앗아 갔다", 야룬 마을 두 아이 엄마 할라 파라의 절규

트럼프의 '정전 발표' 뒤 더 거세진 불도저…남부 레바논 55개 마을의 절규

'도시살해(urbicide)' 정조준…레바논 환경부 장관이 직접 고발한 이스라엘의 전쟁 방식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전쟁이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가져갔다. 추억과 어린 시절, 손님을 맞아 커피잔을 나누던 따뜻한 대화까지."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국경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산악 마을 야룬에서 평생을 살아온 두 아이의 엄마 할라 파라(33)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CNN TÜRK는 22일 자 보도에서 미 플래닛 랩스(Planet Labs PBC)의 위성사진과 메흐메트 심셱 특파원의 현장 취재 영상을 공개하며,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지상 작전이 남부 레바논의 마을 다수를 폐허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정전이 성사되었다고 발표했지만, 헤즈볼라 측은 어떠한 정전협정의 당사자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 외교적 공백 사이로, 야룬의 불도저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정전 이후에 오히려 거세진 '도시 파괴'

 

이번 사태의 시곗바늘은 2026년 3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전쟁이 다시 불붙은 그날 이후,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일대에서 지속적인 공습과 지상 작전을 이어 왔다. 4월 1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었음에도 현장의 파괴는 오히려 속도를 더했다. 가옥, 도로, 학교, 예배당, 수도관, 전선이 차례로 표적이 되었다. 인권 단체들은 이 패턴이 가자지구에서 사용된 '옐로 라인' 전술과 닮아 있다고 본다. 

 

CNN의 4월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남부 레바논의 55개 마을을 노란 선으로 구획하여, 주민의 귀환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운영 중인 다섯 곳 이상의 전방 작전기지(FOB) 또한 같은 보도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레바논 환경부는 "전쟁이 끝났다고 발표된 시점부터 오히려 진정한 파괴가 시작되었다"고 지적한다.

 

위성사진이 증언한 '지워진 지도'

 

야룬은 이스라엘 국경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작은 산악 마을이다. CNN TÜRK는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을 검토하여 이 마을의 변화 추이를 추적했다. 2024년 10월과 2025년 초의 사진에서 가옥 대부분은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6년 5월 2일 촬영본은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의 거의 모든 구조물이 폐허로 변해 있었다. 

 

심셱 특파원은 위성사진의 시간순 비교를 화면에 펼치며 "이스라엘은 이런 방식으로 남부 레바논의 가옥과 시설물을 사실상 지도에서 지워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룬에서 북쪽으로 약 6km 떨어진 빈트 즈베일에서도 동일한 풍경이 펼쳐졌다. 헤즈볼라의 오랜 거점이었던 이 마을은 4월 초 위성사진에서 멀쩡한 모습이었으나, 한 달 뒤에는 거의 평탄지로 변했다. 2000년 사망한 헤즈볼라 전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해방 연설'을 했던 운동장조차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전쟁이 우리에게서 기억까지 가져갔다

 

야룬에서 자란 두 아이의 엄마 할라 파라(33)는 AFP·CNN TÜRK 인터뷰에서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처음으로 자전거에서 떨어졌던 그 길, 유년기를 보낸 수도원, 다녔던 산조르지오 학교까지 모두 사라졌다. 남은 것은 사진 몇 장과 흐릿한 기억뿐이다." 그녀는 자녀에게 고향의 모습을 들려줄 마지막 흔적을 남기려고, 이웃들과 오래된 사진과 영상을 모아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야룬은 이미 이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에서도 큰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야룬의 산조르지오 교회는 한때 세 면의 벽만 남은 폐허로 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헤즈볼라 시설과 인원만이 표적이며 민간인을 향한 공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 환경부 장관 타마라 자인은 지난달 "이스라엘은 남부 레바논에서 '도시 살해(urbicide)'를 자행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레바논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이번 분쟁의 사망자 수는 이미 3천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협상에 들어갔으나, 그 협상 시간 동안에도 야룬과 빈트 즈베일의 불도저는 멈추지 않았다.

 

"기억까지 빼앗아 갔다"라는 한 어머니의 절규

 

위성에서 내려다본 남부 레바논의 마을들은 점점이 부서진 회색 얼룩이다. 그러나 그 얼룩 하나하나에는 한 사람의 유년 시절, 한 가정의 저녁 식탁, 한 가족의 빛바랜 사진이 잠들어 있었다. '도시 살해'라는 단어가 차갑게 들리지만, 그 단어는 결국 한 어머니의 절규로만 정확히 풀이된다. "우리에게서 기억까지 빼앗아 갔다."

작성 2026.05.23 08:54 수정 2026.05.2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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