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라는 견고한 동맹 라인 위로 미세한 균열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미 매체 액시오스(Axios)는 5월 19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진행한 전화 통화가 "길고, 어렵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의 의견이 갈라진 자리는 다름 아닌 이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주도해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가 검토에 참여한 '미·이란 의향서(letter of intent)' 안을 토대로 외교의 길을 열고자 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군사 거점을 더 타격해 정권의 숨통을 조여야 한다는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았다. 통화가 끝난 직후 한 미국 측 소식통이 남긴 한마디가 그 분위기를 모두 압축한다. "네타냐후의 머리에 불이 붙은 듯했다."
1월 군비 증강 이래 갈라지기 시작한 두 정상의 시계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군사력 증강을 본격화한 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향한 강경 압박이라는 큰 그림에서 한목소리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5월 들어 풍경이 변했다. 5월 17일경(일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번 주 초 이란에 대한 표적 공습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 뒤 24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사우디·UAE의 강력한 만류를 받아들이며 작전을 멈춰 세웠다. 외교의 시계가 군사의 시계를 일시적으로 앞질러 간 순간이었다. 이 변화의 뒤에는, 파키스탄이 지난 4월 J.D. 밴스 미 부통령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의 직접 회담을 중재한 사실이 깔려 있다. 파키스탄·카타르 라인의 중재 외교는 그 회담 이후 줄곧 가동 중이었다.
'의향서' 한 장 위에서 갈라진 두 정상의 결단
19일 화요일 밤(현지 시각) 트럼프-네타냐후 통화의 핵심 의제는 카타르가 미국과 이란 양 측에 제시한 수정 평화 초안이었다. 다만 한 카타르 외교 당국자는 액시오스에 "별도의 카타르 안은 없으며, 카타르는 파키스탄 주도의 중재안을 다듬는 역할만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종합 보도에 따르면 새 초안에는 다음 골자가 담겨 있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공식 종결한다는 '의향서' 서명 △이후 30일간의 협상 창구 가동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 강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 △해외 동결된 이란 자금의 단계적 해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틀 위에서 외교적 결단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 틀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측 두 소식통은 "총리는 협상이 결국 이란에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통화 다음 날 백악관 기자단을 향해 "네타냐후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라는 단호한 표현을 남겼다.
백악관 vs 예루살렘의 외교적 진동
워싱턴과 텔아비브 사이로 미세하지만, 분명한 균열이 드러난 시각, 카타르 도하 또한 분주히 움직였다. 카타르 당국은 이번 주 초 별도의 사절단을 테헤란에 파견해 이란 측과 새 초안에 관한 협의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기자단과 만나 "이란과 우리는 지금 경계선 위에 있다"고 말하며, "올바른 답이 오지 않으면 매우 빠르게 사태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그러나 그는 협상에 "며칠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측은 침묵을 유지했다. 백악관과 이스라엘 총리실 모두 액시오스의 보도에 대한 공식 논평을 거절했다. 그 침묵의 틈으로 한 미국 측 관계자의 한마디만이 흘러나왔다. "통화가 끝난 직후, 네타냐후의 머리에 불이 붙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란 측 역시 침묵을 깨지 않은 상태이다. 이란 반관영 통신 타스님(Tasnim)은 자국 협상 대표단이 새 초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보도했다.
폭격의 시계와 협상의 시계 사이, 인간이 묻는 질문
이번 통화는 단순한 외교 마찰 사건이 아니다. 두 동맹국 정상이 같은 위협을 두고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은, 21세기 중동 외교의 분기점이 될 만한 장면이다. 한쪽은 외교의 카드를 마지막까지 펼쳐 보려 한다. 다른 한쪽은 군사의 카드만이 이란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본다. 그 사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와 약 9천만 이란 국민의 일상, 그리고 중동 전체의 평화 시계가 잠시 멈춘 채 결단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