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18일 오전 10시 23분,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에서 단 두 시간이 채 못 되는 평의가 세계 최고 부자의 칼을 부러뜨렸다. 챗GPT를 만든 OpenAI를 향해 비영리 자선을 훔쳤다며 1,800억 달러를 청구한 일론 머스크의 소송이, 본안이 아닌 '시효' 한 줄에 의해 가로막힌 것이다. 시가총액 8,520억 달러를 흔들 뻔한 이 세기의 재판은, 우리 시대 AI를 둘러싼 정의·자본·경쟁의 민낯을 한꺼번에 비춰낸다. 90분짜리 평결 안에 담긴 '진짜 메시지'를 들여다본다.
한 자선의 꿈, 한 부자의 후회
이야기는 2015년 어느 저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 그렉 브록먼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인류 전체를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 위에 서명했다. 그 단어는 비영리, 자선, 공익이라는 무거운 옷을 입고 있었다. 머스크가 초창기 3,8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그 옷의 영수증이었다.
그러나 2018년, 머스크는 OpenAI 이사회를 떠난다. 테슬라와의 합병이나 자신이 주도하는 영리 자회사 신설을 다른 창립자들에게 설득하지 못한 뒤였다. 6년이 흐른 2024년 2월, 그는 마침내 “내 자선이 도둑맞았다'라며 OpenAI와 올트먼·브록먼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청구액 1,800억 달러, 영리 부문 해체, 두 창립자의 이사직 박탈이 그가 내건 칼이었다. 챗GPT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세상을 덮은 직후의 일이었다.
90분 만에 단정해진 결말
2026년 5월 18일 오전 8시 30분,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연방법원 안의 9인 자문배심은 평결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10시 23분, 법정 정리관이 판사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에게 한 장의 쪽지를 건넸다. 만장일치였다. '머스크는 너무 늦게 소송을 냈다.' 3년이라는 시효를 넘긴 것이다. 11일의 증언, 3주의 공판, 머스크와 올트먼은 물론 그렉 브록먼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까지 줄지어 선 증언대는 그러나 본안의 시비를 가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판사는 즉시 배심 판단에 동의한다며 그 결론을 뒷받침할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못 박았고, OpenAI 측 수석 변호인 빌 사비트는 법정 밖에서 환호했다. 시가총액 8,520억 달러, 챗GPT라는 단어가 일상이 된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회사를 송두리째 흔들 뻔한 소송이, 다름 아닌 시계 한 칸에 진 셈이다.
'달력의 기술적 패배'와 항소 예고
머스크는 곧 X에 글을 올려 평결을 "끔찍한 선례"이자 "달력의 기술적 패배"라 일축했다. "올트먼과 브록먼은 실제로 자선단체를 훔쳐 자신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언제' 그랬느냐일 뿐"이라는 격앙된 문장이 이어졌다. 그의 변호인 마크 토버로프는 곧바로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OpenAI 측은 일찍부터 다른 카드를 펼쳐 두었다. 머스크 자신이 한때 영리 전환을 누구보다 강하게 밀어붙였고, 통제권을 쥘 수 없자 등을 돌렸다는 사실, 그리고 2023년 그가 직접 세운 경쟁 AI 기업 'xAI'가 이번 소송의 진짜 동기라는 주장이었다.
사비트 변호사는 평결 직후 "이번 소송은 경쟁자를 무너뜨리려는 위선적 시도였다"고 못 박았다. 법조계 한 코멘트는 "세계 최고 부자가 시효 문제로 졌다는 사실 자체가 굴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결국 본안이 아닌 시효 한 줄이 1,800억 달러의 칼을 부러뜨렸고, 평결 직후 법원 앞에 모인 반(反) AI 시위대 예닐곱 명만이 침묵 속에 피켓을 흔들고 서 있었다.
한 자선의 영수증과 우리 모두의 시간
세계 최고의 부자가 90분짜리 평결 앞에서 무릎을 꺾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짜 무게는 8,520억 달러도, 1,800억 달러도 아니다. 'AI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단 90분의 시효 다툼으로 봉인된 것, 그 자체가 우리 시대의 가장 쓸쓸한 풍경이다. 머스크의 분노에는 정의의 외피를 두른 경쟁의 이빨이 섞여 있고, 올트먼의 미소에는 자선의 외피를 두른 8,520억 달러의 무게가 매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