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0

10. 첫 번째 심부름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0

 

 

 

10. 첫 번째 심부름

 

 

그날 오후, 영수는 처음으로 병원에서 무언가를 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물을 떠다 드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시작은 영수가 먼저 나선 것이 아니었다.

 

병실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복도에서 간호사가 분주하게 오가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를 급히 부르는 목소리, 빠른 발걸음 소리. 영수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평소보다 바쁜 시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살짝 열렸다. 간호사 한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혹시 옆 병실 할머니께 물 한 그릇 갖다 드릴 수 있겠어요? 저희가 지금 손이 모자라서…."

 

영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간호사의 눈은 이미 다음 일을 향하고 있었다.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영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나오고 나서야 자신이 고개를 끄덕인 것을 알았다.

 

 

간호사는 복도 끝 쪽을 가리켰다.

 

"물통은 저쪽 부엌에 있어요. 사기그릇에 담아서 옆 호실로 갖다 드리면 돼요. 할머니 혼자 계세요."

 

그리고 가버렸다.

 

영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엄마를 잠깐 바라보았다. 엄마는 눈을 감고 있었다. 가도 될 것 같았다. 아니, 가야 할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여 버렸으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는 아까보다 더 바빴다. 사람들이 빠르게 지나쳤다. 영수는 그 흐름에 부딪히지 않으려고 벽 쪽으로 붙어 걸었다.

 

부엌이라는 곳을 찾는 일이 먼저였다. 간호사가 가리킨 쪽으로 걸어갔다. 복도 끝, 작은 문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낡은 화로와 물통 몇 개, 그리고 사기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물통을 들었다. 묵직했다. 영수는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기울였다. 물이 사기그릇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너무 많이 부으면 흘릴 것 같았다. 너무 적으면 부족할 것 같았다. 그는 눈으로 가늠하며 멈췄다.

 

그릇이 반쯤 찼을 때 물통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면 될까. 더 담아야 할까.

 

잠시 망설이다가, 조금 더 담았다. 반보다 조금 더. 그릇을 들고 걸을 때 흘리지 않을 만큼.

 

 

옆 호실로 향하는 짧은 복도가,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그릇 안의 물이 걸음에 따라 조금씩 흔들렸다. 영수는 걸음을 더 천천히 했다. 시선은 그릇 안에 고정되어 있었다. 물이 넘칠 것 같으면 멈추고, 안정되면 다시 걸었다.

 

이렇게 짧은 거리를, 이렇게 조심스럽게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골목에서는 뛰었고, 심부름을 갈 때는 서둘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물 한 그릇을 흘리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런데 두 손으로 그릇을 들고 있었다. 영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발끝으로 문을 살짝 두드렸다.

 

“톡.”

 

대답이 없었다.

 

한 번 더.

 

“톡, 톡.”

 

이번에는 안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영수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물 갖다 드리러 왔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너라."

 

 

병실 안은 엄마의 방과 비슷했다.

 

낡은 침대, 작은 창문, 희미한 빛. 다른 점이 있다면,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침대 위에는 할머니 한 분이 혼자 누워 계셨다. 머리카락이 하얗고, 얼굴에는 주름이 깊었다. 눈은 반쯤 뜬 채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물 가져왔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조금 돌려 영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잠시 멈췄다. 아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네가, 가져왔니?"

 

"네."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었다. 영수는 그릇을 건넸다. 할머니의 손이 그릇을 받는 순간, 영수는 그 손의 무게를 느꼈다. 오래되고 가는 손이었다. 그런데 그릇을 잡는 힘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할머니는 천천히 물을 마셨다. 조금씩, 끊어서. 영수는 그 옆에 서 있었다. 무언가 해야 할지, 그냥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서 있었다.

 

할머니가 그릇을 내려놓았다. 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고맙다."

 

그 말은 작았다. 힘이 많이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영수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고맙다.’

 

그 말이 가슴 어딘가에 닿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이상하게 길게 남았다.

 

 

영수는 빈 그릇을 들고 병실을 나왔다.

 

복도는 여전히 바빴다. 사람들은 여전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영수는 그 흐름 속에 잠시 서 있었다.

 

물 한 그릇이었다.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화로에서 물을 떠서, 짧은 복도를 걸어서, 그릇을 건넨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단순한 일이 끝나고 나니, 손이 아직 그릇의 감촉을 기억하고 있었다. 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고 있던 긴장이 아직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고맙다"는 말이 아직 귀 안에 있었다.

 

영수는 그 감각을 잘 몰랐다.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 있었다. 아까 받는 쪽이었을 때와는 다른 무언가. 줄 수 있는 쪽에 서 있었다는 것이 만들어 낸 감각.

 

작았다. 너무 작아서, 자랑하거나 말하기도 어색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작음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작음이 정직한 것 같았다. 크게 뭔가를 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오히려 진짜인 것 같았다.

 

엄마의 병실로 돌아왔다.

 

엄마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숨이 아까보다 더 고르게 들렸다. 영수는 빈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엄마 옆에 앉았다.

 

엄마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아까와 같은 온도였다. 하지만 영수의 손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물그릇을 잡았던 손, 문을 발끝으로 두드렸던 발, 할머니의 "고맙다"를 들었던 귀.

 

그 모든 감각이 조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사이에 쌓여 있었다.

 

그날, 영수는 또 하나를 알았다.

 

도움이 된다는 것은, 크고 특별한 일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물 한 그릇을 흘리지 않고 건네는 일도, 그 사람에게는 충분히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한 사람 안에도, 무언가가 남는다는 것을.

 

그는 잠시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다음에는 먼저 나설 수 있을까.

 

아직 몰랐다. 하지만 오늘 전에는 그 질문 자체가 없었다.

 

그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 변화였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12 09:20 수정 2026.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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