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인간관계는 ‘누구를 아느냐’가 핵심이었다. 학연과 지연, 직장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형성된 인맥이 곧 기회와 연결되었고, 관계의 폭이 곧 경쟁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공식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많이 아는 관계보다 ‘왜 연결되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 중심에는 ‘취향’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 씨(32)는 퇴근 후 참여한 사진 동호회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업무 중심의 대화가 대부분이지만, 동호회에서는 서로의 관심사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며 “오히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더 오래,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니라 공감에서 시작된 관계라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이모 씨(29)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가벼운 참여였지만, 지금은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취향 기반 관계는 기존 인맥 중심 관계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 첫째, 관계의 출발점이 ‘이익’이 아니라 ‘공감’이다. 둘째, 관계 유지에 억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셋째,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결국 관계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물리적 거리나 사회적 지위는 더 이상 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을 좋아하는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취향 중심 관계의 한계도 함께 지적한다. 비슷한 생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연결될 경우,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의견만 강화되는 ‘확증 편향’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취향 기반 관계를 통해 공감과 만족을 얻되, 기존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도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의 기준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과 필요가 관계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선택과 가치가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그 선택의 중심에는 ‘취향’이 있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연결되는 것을 넘어, ‘나와 맞는 사람과 의미 있게 연결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맥의 시대를 넘어 ‘취향의 시대’로,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