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봄 경제의 사회적 의미와 시사점
인도 총리 경제자문위원회(EAC-PM)는 2026년 5월 5일 발표한 실무 보고서에서 인도의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핵심은 2030년까지 GDP의 2%를 돌봄 경제에 투자해 1,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가운데 약 70%를 여성에게 제공한다는 목표다. 돌봄 경제는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위한 유급 및 무급 돌봄 활동을 포괄하며, 인간 개발과 노동 생산성, 사회 복지 시스템의 핵심 축을 이룬다.
이러한 계획은 급격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EAC-PM 보고서는 돌봄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인도의 고령화로 장기적인 노인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급격한 도시화와 농촌 이주로 전통적인 공동체 가족 시스템이 약화되어 핵가족이 비공식 지원 네트워크를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높아지면서 조직적인 아동 및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고 있다.
보고서는 인도가 2050년까지 3,100만~3,800만 명의 공식 돌봄 인력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장기 전망도 제시해 구조적 대비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현재 인도 여성은 매일 평균 289분을 무급 가사 및 돌봄 노동에 쓰지만, 남성은 88분에 그친다. 이 격차는 여성의 교육 및 고용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시간 빈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EAC-PM 보고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필수 사회 인프라로 공식 인식하고, 데이터 수집과 측정 체계를 함께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사회 변화가 일자리로 연결되는 순간
국제노동기구(ILO)는 돌봄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4억 7,5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인도의 이번 계획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방향을 같이한다. 인도 정부는 이미 일련의 돌봄 관련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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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히트라 바요시리 요자나(Rashtriya Vayoshri Yojana)'는 고령자에게 물리 보조기구와 보조 생활 기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며, '미션 샤크티(Mission Shakti)'는 여성 안전·역량 강화·지원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통합 아동 발달 서비스(ICDS)'는 1975년부터 아동 돌봄과 영양, 보건 서비스, 취학 전 교육을 제공해온 대표적 국가 프로그램으로, 반세기 넘는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이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 참여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평가한다.
돌봄 노동을 공식 경제 영역으로 편입하면 기존에 비가시화되었던 여성 노동의 가치가 측정 가능해지고, 이는 임금·사회보험·경력 개발의 토대가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공식 돌봄 노동자들을 공식 시스템 안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으며, 기존 서비스 제공자들이 제도 변화에 적응하는 데 충분한 전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래의 도전과 기회: 돌봄 경제의 방향성
인도의 이번 사례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 핵가족화가 맞물리면서 돌봄 수요가 급증하는 구조적 압력에 직면해 있다.
돌봄 경제를 공식 인프라 투자 영역으로 설정하고 여성 고용과 연계하는 인도 모델은, 경력 단절 문제 해결과 돌봄 서비스 공백 축소를 동시에 겨냥하는 정책 설계의 실증 사례로 검토할 만하다. 양국 모두 돌봄을 가족 내 무급 노동으로 방치하던 관행을 탈피해 국가 경제 전략의 일부로 재편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돌봄 경제의 공식화는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노동 시장 확대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경로로 주목된다. 인도의 실무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와 로드맵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될 경우, 그 결과는 다른 국가들의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FAQ
Q. 돌봄 경제가 정확히 무엇이며, 일반 서비스업과 어떻게 다른가?
A. 돌봄 경제는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급 또는 무급으로 제공하는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일반 서비스업과 달리, 무급 가사 및 가족 돌봄 노동까지 경제적 가치를 지닌 활동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도 EAC-PM 보고서는 이를 '필수 사회 인프라'로 규정하며, 국가 GDP 측정 체계에 반영해야 할 영역으로 제안했다. 이 접근법은 그간 통계에서 배제되었던 여성의 무급 노동을 가시화하고 정책 지원의 근거로 삼는다는 점에서 기존 경제 논의와 구별된다.
Q. 한국은 인도의 돌봄 경제 모델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A. 한국은 합계출산율 0.7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의 급격한 상승 등 인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봄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인도 모델이 제시하는 핵심 교훈은 돌봄 서비스를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여성 경제 참여를 동시에 달성하는 투자 영역으로 설계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GDP 대비 돌봄 분야 공공 투자 비율을 명시하고, 비공식 돌봄 노동자의 공식 편입 경로를 제도화한다면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과 돌봄 인프라 확충을 함께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제도 설계 시 기존 돌봄 제공자에 대한 충분한 전환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Q. 돌봄 경제 공식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
A. 가장 큰 과제는 수십 년간 비공식 영역에서 일해온 돌봄 노동자들을 공식 시스템으로 편입하는 과정의 복잡성이다. 등록, 자격 인증, 세금·사회보험 적용 등 행정 절차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돌봄 제공자들이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 EAC-PM 보고서는 데이터 수집 및 측정 체계 개선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는데, 현황 파악 없이는 효과적인 정책 설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공식화 이후에도 서비스 질 관리와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제도가 형식에 그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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