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임대인이라더니” 비거주 1주택자 옥죄는 새 규제, 전세시장 또 흔드나
상생임대인엔 “2년 거주 인정” 해놓고 장특공 축소 검토
서울 비거주 1주택 83만호 세입자·집주인 모두 불안 커져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 임대료도 5% 이내로 묶었고, 세입자와 재계약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 비거주 1주택이라고 불이익을 준다면 누가 정책을 믿겠나.”
서울 서초구에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채 광진구에서 전세로 거주 중인 40대 A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상생임대인제도’ 조건에 맞춰 세입자와 계약갱신을 체결했다. 임대료 인상률도 5% 이내로 제한했다. 정부가 약속한 ‘2년 실거주 의무 면제’ 혜택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축소를 검토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심은 ‘살지 않는 집’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고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겠다는 것이다.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를 재편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단순하지 않다. 정책 목표와 달리 전월세 시장의 공급 감소와 임차인 불안을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비거주 1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거주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현재 전월세 시장에 나와 있는 물량은 줄어든다. 이미 서울 전세시장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전세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정부 정책 간 충돌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전세난이 심화하자 ‘상생임대인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임대료 급등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올린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보유자에게 적용되던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해줬다.
당시 정부는 실거주 요건 강화로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상생임대인에 한해 예외를 인정했다. “세입자를 계속 거주하게 해도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신호였다. 비거주 상태를 정책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현재 이 제도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그러나 새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장특공 축소를 검토하면서 정책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씨는 “전세금이 이미 1억원 넘게 올라 대출까지 받아 생활 중”이라며 “정부 정책을 믿고 움직였는데 기준이 또 바뀌면 결국 피해는 중산층 실수요자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의 비거주 1주택 규모는 결코 적지 않다.
한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이 지난해 주택소유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비거주 1주택은 83만1000호로 추산된다. 서울 개인 소유 주택 274만호의 약 30% 수준이다.
이 가운데 서울 안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36만7000호,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보유한 경우가 46만4000호에 달한다. 지방 거주자 중 상당수는 자녀 교육이나 은퇴 준비 등을 이유로 서울에 집을 마련해둔 경우다.
특히 최근 지방과 서울의 집값·일자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 거주자가 자녀의 ‘인서울’ 대학 진학이나 향후 거주를 대비해 서울 주택을 선매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말하는 ‘불가피한 비거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직장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일시 비거주하는 경우에는 장특공 배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수요와 투기 목적을 명확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방에 거주하지만 두 자녀의 서울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미리 사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투자 목적과 실거주 목적이 혼재된 사례다. 어디까지를 실수요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시장 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비거주 1주택자라고 해서 모두 집을 쉽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재건축 재개발 지역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에는 양도가 제한되는 사례가 많다.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집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금융 규제 역시 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서울 주택을 처분한 뒤 다시 진입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비거주 1주택자들은 매도 대신 버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 집을 보유한 지방 거주자들은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 때문에 서울 집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로 매도를 결심한 집주인들은 거래를 쉽게 하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공실 상태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전세 공급 감소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서울 전세시장은 이미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23%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1월 셋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성북구 빌라에 전세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B씨는 “집값 급등기에 아이 미래를 생각해 무리해서라도 집을 샀다”며 “당장 부모님 도움 없이 육아가 어려워 지금 사는 곳을 떠날 수 없다. 결국 세입자 전세금을 올려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통해 공급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전세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정책이 실수요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