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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8

8. 걱정 마세요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8

 

 

 

8. 걱정 마세요 

 

병실 안의 시간은 골목의 시간과 달랐다.

 

바깥에서는 해가 조금 더 올라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장터의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병실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졌다. 시계가 있다면 분명 움직이고 있을 텐데, 영수에게는 그 초침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엄마의 숨뿐이었다.

 

숨이 조금 전보다 덜 거칠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영수는 침대 곁에 서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마에는 아직도 열이 남아 있었지만, 아까처럼 불덩이 같지는 않았다. 남자가 놓아 준 주사 때문인지, 아니면 이곳의 공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엄마의 눈이 조금 덜 흔들렸다. 아까는 눈을 뜰 때마다 초점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달랐다. 완전히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영수를 알아보는 눈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영수는 숨을 조금 더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영수는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아침에 집을 나선 것이 한참 전 같기도 하고, 방금 전 같기도 했다. 오늘 하루 안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문 앞에서 떨던 것, 동전을 내밀던 것, 엄마의 가벼운 몸이 들리던 것, 골목이 길을 내주던 것.

 

그 모든 것이 오늘 아침부터 지금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영수는 손을 뻗어 엄마의 손을 잡았다. 조심스럽게. 주무르거나 흔들지 않고, 그저 거기 있다는 것을 알리듯이.

 

엄마의 손은 따뜻했다. 열 때문이기도 했고,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온도가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영수는 그 온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엄마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잡는 것도, 놓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미세하게, 영수의 손을 의식한다는 듯이 힘이 들어왔다가 빠졌다.

 

영수는 그 움직임을 느꼈다. 말이 없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여기 있다는 것. 알고 있다는 것. 아직 여기 있어 준다는 것에 대한 감사 같은 것.

 

영수는 손을 더 꼭 쥐었다. 말은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었다.

 

"영수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영수는 돌아보았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병실 문 쪽에 서 있었다.

 

"이리 와 보겠니?"

 

영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한 발짝 떨어졌다. 엄마를 혼자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남자의 눈빛은 괜찮다고 말하고 있었다. 영수는 엄마의 손을 내려놓았다. 천천히,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듯이.

 

남자 쪽으로 걸어갔다. 병실 문 근처에 서자, 복도의 소리가 조금 더 또렷하게 들렸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 물이 끓는 소리, 발걸음이 오가는 소리. 이 병원은 조용했지만 살아 있었다.

 

"어머니 상태가 조금 안정되셨어."

 

남자가 말했다. 영수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요?"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남자는 짧게 웃었다.

 

"응. 아직 많이 약하시긴 하지만, 지금처럼 치료하면 괜찮아질 수 있어."

 

영수는 그 말을 반복해서 들은 것처럼 느껴졌다. 괜찮아질 수 있다. 그 문장이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았다.

 

지금까지의 삶에서는 거의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괜찮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지금 상황을 가볍게 넘기기 위한 말이었다. 엄마가 하던 '괜찮다'처럼. 실제로 괜찮아질 것이라는 약속이 아니라, 지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

 

그런데 이 사람의 말은 달랐다. 설명이었고, 가능성이었고, 무엇보다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영수는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잠시 영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고마워할 일은 아직 없어."

 

영수는 고개를 들었다.

 

"왜요?"

 

"치료는 이제 시작이니까."

 

그 말은 이상하게도 더 믿음이 갔다. 괜찮아졌다고 말하지 않고,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 끝났다고 선언하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그 정직함이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남자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야."

 

영수는 가만히 들었다.

 

"하나는 어머니가 숨을 편하게 쉬는 것."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남자가 잠시 멈췄다.

 

"네가 너무 겁먹지 않는 것."

 

영수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저는…."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겁이 나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문 앞에서도, 동전을 내밀 때도, 엄마의 몸이 들릴 때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지만 그 말을 하면 약한 것처럼 보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울 수 있어."

 

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처음이니까."

 

영수는 그 말을 들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처음.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병원에 온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도, 돈 없이 치료를 받는 것도, 엄마를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도.

 

처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렵고, 언제나 낯설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약한 것이 아니라, 처음이기 때문에 무섭다고 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래도 괜찮다."

 

남자가 덧붙였다.

 

그 말은 짧았지만, 영수에게는 충분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단순히 위로가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는 말처럼 들렸다. 겁이 나도 괜찮고, 모르는 것도 괜찮고, 지금 서툰 것도 괜찮다는 뜻.

 

엄마가 하던 '괜찮다'는 아픔을 숨기는 말이었다. 이 사람의 '괜찮다'는 아픔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같은 단어인데, 전혀 다른 말이었다.

 

영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조금 전보다 덜 떨렸다.

 

남자는 병실 안을 가리켰다.

 

"가서 어머니 손 좀 잡아 드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침대 쪽으로 갔다. 엄마의 손을 잡았다. 조금 전과 같은 온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온도가 무섭지 않았다. 사람의 온도였다. 살아 있는 사람의 온도.

 

엄마의 눈이 조금 떴다. 영수를 바라보았다.

 

"왔니…."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응, 엄마."

 

영수는 손을 더 꼭 잡았다.

 

"괜찮아질 거래."

 

그 말은 자연스럽게 나왔다. 방금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입에서 나오니 조금 달랐다.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말하는 순간, 그 말을 자신도 더 믿게 되는 것 같았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 표정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 숨이 아주 조금 고르게 이어지는 것 같았다.

 

남자는 병실 문가에서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돌아섰다. 영수는 그 등을 보았다. 말없이 자리를 비켜 주는 사람. 필요한 것을 해 주고 나서 나서지 않는 사람.

 

그 뒷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 아침, 남자는 영수에게 두 가지를 주었다.

 

하나는 치료였고, 다른 하나는 말이었다.

 

"걱정 마세요"라고 하지 않았다. 그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듣는 사람을 잠깐 편하게 해 주지만, 진짜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말이었다.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말.

 

대신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숨 쉬는 게 먼저입니다."

 

"치료는 이제 시작입니다."

 

"괜찮다."

 

그 말들은 더 정확했고, 더 조용했으며, 더 오래 남았다.

 

영수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병실 안의 시간은 여전히 느리게 흘렀다. 하지만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그날, 영수는 또 하나를 배웠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손으로 하는 일만이 아니라는 것. 말로도, 눈으로도, 기다림으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시작에는, 한 문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태도가 있다는 것을.

 

영수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겁이 나도 괜찮다고.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그리고 그 말이 진짜가 되려면, 말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먼저 그렇게 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생각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 안에 그런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영수는 희미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08 09:14 수정 2026.05.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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