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교육의 커리큘럼 변화 필요성
영국에서 고등교육 커리큘럼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논의가 2026년 봄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시티 세인트 조지스 런던 대학교(City St George's, University of London) 총장 앤서니 핑클스타인(Anthony Finkelstein)이 제안한 '2+2 모델'—2년 학부 과정과 선택적 2년 통합 석사 과정의 결합—이 그 중심에 있다. 이 모델은 학자금 부채 감축, 접근성 확대, 국제 학생 유치, 대학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네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비슷한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 고등교육에도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핑클스타인 총장은 영국 고등교육 전문지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Times Higher Education)과의 논의에서, 고등교육 부문이 3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심각한 재정적 위기 속에서도 대학의 핵심 상품인 '학위 그 자체'는 여전히 의문시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전통적인 3년제 학위를 "역사적 유물"이라 규정하며, "이러한 시스템 수준의 변화는 현재 고등교육이 겪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속화된 학위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자금 부채를 최대 1만 5,000파운드까지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제시됐다. 현재 전 세계 학위 기간은 제각각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즈는 3년제, 스코틀랜드와 미국은 4년제, 유럽 다수 국가는 3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단일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2+2 모델은 기존의 경직된 틀을 벗어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제안된 것이다. 모델이 실현되면 학생들은 2년 만에 학부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석사 과정 2년을 선택적으로 이수할 수 있다.
빠른 취업 경로를 원하는 학생은 학부만 마치고 사회에 진입할 수 있고, 더 깊은 전문성을 원하는 학생은 통합 석사까지 완주하면 된다.
영국의 2+2 모델, 어떤 변화 제시하나?
그러나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축된 학위 과정이 충분히 깊이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학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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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활동이 교육의 질에 미치는 영향, 박사 과정 학생들의 교육 참여 문제, 학문적 깊이와 학생 경험 사이의 균형 등이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지지론자들은 커리큘럼의 지속적인 조정과 보완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육의 밀도를 희생하지 않고 기간을 압축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두고 학문 공동체의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의 고등교육도 유사한 구조적 압박에 놓여 있다.
대학 졸업생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과 누적된 학자금 대출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졸업 즉시 현장에서 통용 가능한 역량을 갖출 수 있는 커리큘럼 재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진단한다.
4년이라는 기간이 관행처럼 고정된 채 교육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미 오래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영국의 2+2 모델은 한국 대학에 실질적인 참조 틀을 제공한다. 빠른 사회 진입을 원하거나 경제적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학생에게 단축 학위는 구체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자금 부담 역시 기간 단축과 함께 줄어들 여지가 있다. 다만 영국 사례가 한국에 그대로 이식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의 학점 이수 구조, 군 복무 제도, 취업 시장의 학력 관행 등 고유한 변수들이 모델의 현지화를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 고등교육에의 시사점
급변하는 노동 시장에 맞춰 적응력과 현장 기술을 키우는 커리큘럼의 중요성은 영국과 한국 모두에서 부각되고 있다.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 능력을 기르는 교육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도 공통된 흐름이다. 핵심은 기간 단축 그 자체가 아니라, 압축된 시간 안에서도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설계에 있다.
2+2 모델의 논의는 그 설계를 새롭게 상상하도록 촉구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의 대학들이 이 논의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학위 기간의 단축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졸업 후 즉각 활용 가능한 역량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점이다.
교육 기간이 아니라 교육 내용과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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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커리큘럼 전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그 논쟁이 던지는 질문만큼은 한국 교육 현장에도 유효하다. FAQ
Q. 영국의 2+2 모델은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인가?
A. 2+2 모델은 2년 학부 과정을 이수한 뒤, 원하는 학생에 한해 2년의 통합 석사 과정을 추가로 밟는 구조다. 학부만 마치고 취업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고, 석사까지 마쳐 전문성을 높일 수도 있어 학생의 경로 선택이 유연해진다.
핑클스타인 총장은 이 모델을 통해 학생의 학자금 부채를 최대 1만 5,000파운드까지 줄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영국 고등교육의 재정 위기와 학위의 실용성 논쟁이 맞물린 상황에서 나온 제안으로, 잉글랜드·웨일즈의 기존 3년제 학위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Q. 한국 대학이 이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A. 한국 고등교육은 4년 학위 과정이 관행처럼 고착되어 있지만, 교육의 실효성과 학자금 부담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2+2 모델은 기간 단축 자체보다 교육 구조를 학생의 필요와 시장의 요구에 맞게 재설계한다는 발상에서 교훈을 준다. 단, 군 복무 제도, 취업 시장의 학력 관행 등 한국 고유의 변수를 고려한 현지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영국 사례를 참조하되, 한국 맥락에 맞는 독자적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Q. 단축 학위 과정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는 않는가? A.
이 점이 2+2 모델을 둘러싼 가장 핵심적인 논쟁이다. 비판론자들은 압축된 기간 안에서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며, 연구 중심 교육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지지론자들은 현행 3년제 커리큘럼에도 비효율이 존재하며,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으면 질적 저하 없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 기간이 아닌 교육 내용과 학습 설계가 품질을 결정한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서 커리큘럼 개편을 논의할 때도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