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공식 고용의 덫에 걸린 노동자들
2026년 5월 1일,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공개한 보고서는 남아시아 의류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구체적 수치와 증언으로 드러냈다.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의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과도한 생산 목표 설정, 성희롱, 열악하거나 부재한 의료 접근성 등 다층적 인권 침해에 노출되어 있다.
앰네스티는 'Stitched Up'과 'Abandoned by Fashion' 두 보고서를 통해 이 지역 노동자들의 권리 박탈 실태를 조명하며, 해당 국가 정부들에 괜찮은 일자리와 단결권 보장을 공식 촉구했다. 이러한 인권 침해가 지속되는 핵심 원인으로 앰네스티는 노동조합 결성 및 단체 교섭의 구조적 장벽을 지목했다. 노조 결성권은 노동자들이 수십 년간의 투쟁 끝에 쟁취한 권리임에도, 현실에서는 이를 행사하기 어려운 조건이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다.
비공식 고용의 덫은 남아시아 전역에서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전체 노동력의 약 90%가 비공식 부문에 고용되어 있으며, 파키스탄에서는 의류 노동자의 4분의 3이 비공식 고용 상태다. 스리랑카 여성 의류 노동자의 30% 이상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비공식 고용은 노동자들을 빈곤 수준의 임금, 무급 초과 근무, 유급 병가 및 휴가 부재로 내몰며, 권리를 주장하다 해고나 위협에 직면하는 구조를 만든다. 법적으로 보장된 단결권과 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무력화되는 이유다. 의류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 노동자가 60~80%를 차지하는 여성 중심 산업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스리랑카 70%, 방글라데시와 인도 각 60%, 파키스탄 28%가 여성 노동자다. 그러나 수적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착취는 특히 심각하다.
노조 결성을 시도하면 위협, 폭력, 해고가 뒤따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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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의 일부 노동자들은 생산 목표가 세 배 이상 증가해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휴식은 물론 물 마시기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직접 증언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보고서의 통계를 구체적인 삶으로 채운다. 인도의 40세 노동자 마히르(Mahir)는 하루 10~12시간, 주 6~7일 근무를 이어가면서도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노조원 수스미타(Susmita)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승진을 거부당했다. 이들의 사례는 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크게 벌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성 의류 노동자들의 착취와 차별
전문가들은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법제도 개혁과 기업의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자의 정규직 고용 비율을 높이고, 노조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법적 체계 없이는 현장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한국 소비자와 기업에도 직결된다. 많은 한국 패션 브랜드가 남아시아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소비자가 손에 쥐는 저가 의류의 이면에는 이들 노동자의 노동이 있다. 국제 사회에서 기업의 공급망 투명성과 인권 실사 의무가 법제화되는 추세인 만큼, 한국 기업들도 공급망 전반에 걸친 인권 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남아시아 의류 산업의 성장과 그 이면의 문제는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다. 1990년대 후반 글로벌 패션 공급망에 본격 편입된 이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는 저렴한 임금과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전체 수출의 약 80%가 의류 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이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양적 성장이 노동자의 권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수십 년이 지나면서, 국제 인권 단체들의 비판과 개혁 요구가 반복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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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전망은 구체적인 정책 개혁과 국제 사회의 협력에 달려 있다.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 노동자의 단결권 실질 보장, 비공식 고용의 공식화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며, 소비자의 구매 선택 역시 이 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정 무역 인증 제품을 선택하거나 공급망 투명성을 공개하는 브랜드를 지지하는 행동은 개인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법이다. FAQ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질문들
Q. 일반 소비자가 남아시아 의류 노동자의 인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A. 소비자는 공정 무역(Fair Trade)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선택하거나, 공급망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브랜드를 우선 구매함으로써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패스트패션 소비를 줄이고 내구성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과잉 생산 압력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또한 기업의 공급망 인권 실사 의무 법제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이 문제를 주변에 알리는 것도 구조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행동이다.
Q. 한국 기업은 남아시아 의류 노동자 인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A. 한국 기업들은 1차 협력사에 그치지 않고 원자재 단계까지 포함하는 공급망 전반의 인권 실사를 정례화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 조건을 공급업체 계약 조건에 명시하고, 위반 시 구체적 시정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유럽연합이 2024년 도입한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처럼 공급망 인권 의무를 법제화하는 흐름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도 선제적으로 대응 체계를 갖추는 것이 장기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