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0] - 진짜와 짝퉁은 어떻게 아는가?

밧모 섬의 고립도 막지 못한 사도 요한의 ‘영적 초집중’

백 세 노구의 펜 끝에서 탄생한 요한계시록, 그 뜨거운 기록의 사명

환란 속 일곱 교회를 향한 주님의 시선, “진짜 믿음은 끝까지 견디는 것”

박상돈 교수 | 합동총회신학교 성경신학

 

요즘 금값이 장난 아니게 올랐습니다. 그냥 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치솟았다고 해야 맞습니다. 그래서 돌 반지도 해주지 못할 판이라고 말이 많습니다. 언제부터 금값이 치솟았나 살펴보니 결국은 전쟁 때문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몇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밀 생산 주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 곡창지대가 수년 동안 쑥대밭이 되었습니다. 식량 자원이 휘청거리니 덩달아 물가도 요동칩니다. 환율이 춤을 추니 결국엔 금에 시선이 쏠립니다. 그래선지 가짜 금들도 등장하는가 봅니다.

 

예전에는 황동으로 그럴싸하게 금처럼 가공하는 속임수를 썼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그보다 더 기발한 방법들도 나왔나 봅니다. 전문가도 갸우뚱할 만큼 진품 같은 짝퉁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모두는 어쨌거나 짝퉁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진짜처럼 보여도 진짜가 아닌 가짜란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믿음도 그렇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사도 요한이 살았던 1세기 말엽은 어땠습니까? 그가 세상과 타협했다면 밧모 섬에 귀양을 갔겠습니까? 그 시대 성도들은 순교를 정말 사모했나 봅니다. 너도나도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죽겠다며 믿음을 내세웠습니다. 오죽하면 죽이면 순교이니 죽이지 말고 고통만 주라고 했겠습니까? 어쩌면 요한이 밧모 섬에 유배된 이유도 그럴지 모릅니다. 그 시대 평균연령을 훌쩍 뛰어넘어 장수한 요한 아닙니까? 그런 요한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여겼습니다. 밧모 섬에 던져놓으면 무감각, 무기력증에 자연사할 줄 알았습니다. 그만큼 밧모 섬은 생존이 힘겨운 불모지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그 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영성이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황무지와도 같은 척박한 섬에서 그는 꿋꿋하게 믿음을 지켰습니다. 철창 없는 감옥이나 다를 바 없는 그 섬에서 요한이 한 일을 보십시오. 믿음은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는가로 판가름납니다. 나이든 요한은 젊은 모세와 달랐습니다. 모세는 좌우를 살핌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요한은 좌우가 아니라 하늘 위를 언제든 보았습니다. 그렇게 요한은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요한이 주의 날을 놓치겠습니까? 오히려 주의 날을 고대하며 영성을 다지지 않았겠습니까?

 

요한계시록은 부지런한 요한이기에 기록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 나이에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세밀함을 보십시오. 저는 이따금 요한계시록을 예배 실황 중계 관점에서 묵상합니다. 그러니 그 모든 기록이 사실은 설교 전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록을 위한 좋은 도구가 있는 게 아닙니다. 순전히 기억에 의존해야만 하는 난관이 남아있습니다. 요한계시록 전체가 물 흐르듯 이어짐을 느끼십니까? 이는 결코 놓친 대목이 하나도 없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럴 정도로 기억력이 초롱초롱했다면 어떻습니까?

 

솔직히 그 나이에 그런 기억력이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왜냐면 거의 백 세에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한 언어 감각을 보십시오. 물론 액면 그대로 받아적기에 불과하다고 저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사도 요한 믿음이 달라지겠습니까? 주님을 향한 뜨거운 믿음이 아니라면 요한계시록은 없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은 끝까지 영성을 잃지 않은 증거입니다. 제가 은퇴할 무렵 어느 목사님이 제게 카톡으로 글을 남겼습니다.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짧은 부탁 글 한 꼭지가 있었습니다.

 

"목사님, 부르심 받는 날까지 설교 감각 잃지 마십시오. 펜을 놓는 순간 주저앉게 됩니다. 제가 은퇴하신 목사님들 여럿 보아서 조금 압니다. 그러니 제발 끝까지 성경 놓지 마십시오."

 

그 요한에게 예수님께서 주신 사명입니다. 일곱 교회 일곱 사자에게 두루마리에 써서 보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두루마리란 말이 새롭습니다. 왜냐면 두루마리란 말에서 안부나 인사 그 이상임을 알게 됩니다. 구약성경 자체가 두루마리에 기록되었음을 알지 않습니까? 서고에는 두루마리에 기록된 말씀들이 칸칸이 꽂혀 있습니다. 그러니 두루마리란 말이 예사롭지 않음을 의식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 말씀과 다를 바 없다는 암시 아니겠습니까?

 

사도 요한은 이제까지 목회자로 살았습니다. 예루살렘 교회에서 요한이 한 일을 보십시오. 성도를 돌보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언제나 그가 있었습니다. 에베소교회를 감독할 때도 그랬습니다. 에베소를 비롯한 주변 교회들을 순회하며 알뜰하게 살폈습니다. 그랬던 요한이 박해를 받아 밧모 섬에 유배당했습니다. 그 시절 교회가 박해받는 일은 아주 흔했습니다. 하지만 요한이 밧모 섬으로 유배된 그 박해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키지 못한 배교자들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 위험한 시대에 요한에게 주신 사명이 하필이면 기록하라입니다.

 

두루마리에 기록하라는 말씀은 초집중을 가리킵니다. 한 말씀, 한 글자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토씨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엄청난 일입니다. 젊은 서기관도 쉽지 않을 그 일을 주님은 나이 많은 요한에게 맡겼습니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집중력은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엄청난 일을 귀양살이하는 요한에게 사명으로 주셨습니다. 이제까지 자주 글을 써왔다면 모를까,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그런데도 주님은 요한에게 그 일을 맡기셨습니다. 마지막 사명 중 하나가 두루마리에 써서 보내는 일이라면 어떻습니까? 요한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을 보았기에 기록합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셨기에 그 모두를 받아 적습니다. 그러니 요점은 주님을 향한 뜨거운 믿음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돌아보면 요한계시록은 일곱 교회 일곱 사자에게 보낸 문서입니다. 그러니 그 일곱 교회와 사자들이 첫 번째 독자인 셈입니다. 한때는 요한이 그 교회들을 지휘하고 감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박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진 위기 상황입니다. 더구나 요한마저 밧모 섬으로 내던져진 상태입니다. 지금 이 교회들을 말씀하심은 예수님이 지켜보신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그 주시는 말씀이 무엇입니까? 두루마리에 써서 보내라고 하심은 무슨 의미입니까? 예수님께서 친히 돌보신다는 의미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진짜 교회는 이처럼 주님께서 친히 돌보시는 은혜 안에 있습니다. 일곱 교회를 향한 실제 내용에는 물론 책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교회를 향해 눈동자같이 살피시는 은혜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 은혜 안에 있다면 진짜 교회이며 성도 아니겠습니까?

 

 

 

작성 2026.05.05 21:52 수정 2026.05.0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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