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47문
Q. What is forbidden in the first commandment? A. The first commandment forbiddeth the denying, or not worshipping and glorifying, the true God as God, and our God; and the giving of that worship and glory to any other, which is due to him alone.
문. 제1계명에서 금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1계명에서 금지하는 것은 참되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그리고 우리의 하나님으로 부인하거나 예배하지 않고 영광 돌리지 않는 것과, 그에게만 합당한 예배와 영광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 그들은 부패하고 그 행실이 가증하니 선을 행하는 자가 없도다(시 29:2)
하나님을 알되 하나님을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아니하고 오히려 그 생각이 허망하여지며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졌나니(롬 1:21)
나는 너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 네 하나님이니 네 입을 크게 벌리라 내가 채우리라 하였으나 내 백성이 내 소리를 듣지 아니하며 이스라엘이 나를 원하지 아니하였도다(시 81:10-11)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주는 곧 영원히 찬송할 이시로다 아멘(롬 1:25-26)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하나님의 자리’를 탐냈던 도전의 기록이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47문은 제1계명의 부정적 측면, 즉 우리가 경계해야 할 ‘영적 금기’를 명확히 규정한다. 이는 단순히 신 존재를 부정하는 이론적 무신론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편 14편 1절이 지적하는 ‘어리석은 자’는 지성적 결함이 있는 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도덕적, 실천적 무신론자를 의미한다. 이는 자아를 우주의 중심으로 설정하려는 ‘실존적 오만’과 맞닿아 있다. 내가 나의 주인이 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현상은 존재의 근원인 하나님을 부인하거나 무관심의 영역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로마서 1장 21절은 이 금지된 행위의 심리학적 경로를 예리하게 추적한다. 하나님을 부인하는 자들의 특징은 ‘영화롭게도 아니하며 감사하지도 않는 것’이다. 감사(gratitude)는 대상과의 관계를 인정하는 겸손의 표현이다. 그러나 감사를 잃어버린 지성은 곧 ‘생각이 허망하여지고 미련한 마음이 어두워지는’ 상태에 빠진다. 이는 현대인이 겪는 허무주의(Nihilism)의 본질을 꿰뚫는다. 절대적 가치와 감사의 대상을 상실한 영혼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감옥에 갇혀 무의미한 욕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시편 81편 11절의 "내 백성이 나를 원하지 아니하였도다"라는 탄식은, 인간이 스스로 풍성함을 거절하고 결핍의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비극적인 선언이다.
제47문이 금지하는 ‘예배와 영광을 다른 이에게 돌리는 것’은 경제학과 비즈니스 윤리의 측면에서 볼 때, '가치 체계의 전도'를 의미한다. 로마서 1장 25절은 이를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오늘날의 ‘피조물’은 자본, 데이터, 기술,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파생되는 권력이다. 수단이어야 할 것들이 목적의 자리를 차지할 때, 비즈니스는 약탈로 변질되고 경제 활동은 인간 소외를 가속화한다.
진정한 가치의 원천인 하나님을 외면하고 유한한 대상에 영광을 돌리는 것은, 마치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많은 성취를 이루어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으며, 오히려 더 큰 자극과 대상을 갈구하는 중독적 상태로 전락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신은 '나'라는 우상이다. 내 취향, 내 권리, 내 기분이 최고의 가치가 될 때, 우리는 필연적으로 제1계명을 범하게 된다. 시편의 말씀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하나님의 채우심을 기다리는 대신, 우리는 스스로 만든 인공적인 샘물에서 목을 축이려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하나님을 부인하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의 모든 질서를 무너뜨리는 가공할 만한 자살 행위와 같다.
제47문의 금지는 인간을 억압하기 위한 족쇄가 아니라, 우리를 거짓된 약속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선이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대접하지 않을 때, 인간은 반드시 다른 무언가를 신격화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국가주의든, 황금만능주의든, 혹은 지독한 자기애(Narcissism)든 간에 모든 우상은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
우리는 매일 "나는 누구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참된 예배를 거부하는 곳에는 반드시 가짜 신이 둥지를 튼다. 소요리문답 제47문은 우리에게 이 영적 공백을 하나님으로 채울 것을, 그리고 그분 외에 어떤 것도 우리 영혼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을 단호하게 요청하고 있다.
이제 그 가짜 신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참된 영광의 주인을 다시 모셔야 할 때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