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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오페라의 유령

내 영혼은 그대 것이에요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오페라의 유령

 

안녕하세요. 진선미 기자입니다. 영화라는 타인의 이야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기억 하나가 스크린 위로 겹쳐 올라오는 순간이 있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인문칼럼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을 통해 프레임 밖에서 울리는 마음을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자, 함께 영화에 취해볼까요.

 

자본주의의 꽃 미국영화가 판치는 세상에서 프랑스 영화가 마니아들을 즐겁게 해준 것이 ‘오페라의 유령’이다. 1910년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의 소설 ‘Le Fantôme de l'Opéra’가 원제인 ‘오페라의 유령’이 조엘 슈마허 감독이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나왔다. 프랑스 이야기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인간의 내면 밑바닥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그런 느낌이 있다. 프랑스를 생각하면 바람 구두를 신은 랭보와 빅토르 위고, 고독한 철학자 사르트르, 어린왕자의 생텍쥐페리를 읽으며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유추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학대받는 약자에 대한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들어 있는 작품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제작국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빨리 개봉했다. 2004년 12월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고 미국에서는 2004년 12월 22일 개봉했다. 문화강국인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게 평가한 것일까. 조엘 슈마허 감독이 1988년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초연을 뉴욕에서 보고 완전히 반해 결국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치는데 16년 흘렀다. 여주인공에 낙첨된 사라 브라이트만과 결혼했으나 결국 이혼하고 그 변수로 영화 제작에 차질이 빚어져 영화 완성이 늦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시대 배경은 1860년이다. 프랑스 오페라 하우스에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그녀를 도와주는 정체불명의 남자 팬텀이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게 움직인다.

 

흉측한 얼굴을 가면으로 가려야만 무대에 설 수 있는 남자 팬텀, 신이 준 목소리로만 살아가는 그에게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그는 극단 지하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산다. 이 세상에는 팬텀과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성형공화국 우리나라에도 돈이 없어 성형을 못할 뿐이지 돈만 있다면 아마 다 뜯어고치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정체성은 다른 사람이 인정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 자신 스스로 인정해야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바르게 정립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팬텀의 이야기에 자꾸 감정이 상한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유령은 팬텀이다. 제라드 버틀러가 연기했다. 팬텀은 흉측한 얼굴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서커스단에 붙들려서 학대받으며 어렵게 살았다. 원숭이만도 못한 생활을 하다가 친구 엄마에게 구출되어 극단에서 아무도 모르게 숨어 지내게 된다. 팬텀에게는 흉측한 얼굴 대신 신이 준 천상의 목소리가 있었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얼굴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무기일까. 다른 사람이 나를 봐주어야만 존재가 되는가.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1860년 파리에 있는 오페라하우스에 새로운 극단주가 나타난다. 앙드레와 피르맹과 후원자 라울 백작이 배우들의 펼치는 ‘한니발’ 예행연습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대장치가 무너져 내리는 큰 사고가 난다. 갑자기 난 사고에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공포에 휩싸인다. 누군가 오페라의 유령이 한 짓이라고 하자 프리마돈나 칼롯타는 잔뜩 화가 나 무대를 떠나고 만다. 결국 크리스틴이 새로운 여주인공으로 발탁되고 공연은 크게 성공하게 된다. 

 

축하객들로 붐비는 무대를 빠져나와 대기실에 혼자 남게 되는 크리스틴은 거울 뒤쪽에서 하얀 가면을 쓴 팬텀이 나타나 그녀를 이끌고 미로처럼 얽혀있는 지하로 사라진다. 주인공 크리스틴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오페라하우스에는 난리가 난다. 팬텀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크리스틴을 돌려주지 않겠노라고 극단주와 협상에 들어가지만, 극단 측은 협상을 거부한다. 크리스틴은 팬텀에게 공포를 느끼고 절망하는데 매니저 라울은 그런 크리스틴을 위로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크리스틴은 유령인 팬텀과 라울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보는 내내 심장이 터질 듯하다. 배우들은 마치 1860년으로 돌아가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했던 인물들과 하나가 된 느낌이다. 누구나 삶에는 연극 같은 서사가 있기 마련이지만 ‘유령’이 되어야 했던 팬텀의 서사는 몇 배 더 잔인하고 극악하고 슬픈 서사로 얼룩져 있다. 태어나 보니 흉측한 얼굴이다. 그런 얼굴로 때론 운명에 저항하고 때론 운명에 순응하면서 신이 준 최고의 목소리로 최고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맞다. 우리는 99개의 나쁜 운명을 쥐고 태어나도 1개의 좋은 운명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 하나의 좋은 운명이 진정한 ‘나’일 수 있다. 크리스틴은 말한다. 

 

내 영혼은 그대 것이에요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칼럼을 읽으며 어쩌면 영화는 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에 작은 여백 하나를 남기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진선미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3.09 09:49 수정 2026.03.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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