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남용에 국가가 칼 뺐다, 2026부터 5년 ‘내성 전쟁’ 본격화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2026~2030 확정, ASP 2028년 제도 정착 목표

사람부터 축산·수산·식품·환경까지 한 번에 묶은 통합 대응, 데이터와 감시체계도 고도화

OECD 평균보다 높은 사용량과 내성률, 국제 공조 확대 속 국내 거버넌스 재정비

 

 

질병관리청이 항생제 내성 대응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올렸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마련했다. 이번 계획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범정부 5개년 대책으로, 항생제 내성이 의료와 산업, 환경 전반을 타고 확산한다는 현실을 전제로 설계됐다.

 

항생제 내성은 치료 실패와 사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보건 위협으로 꼽힌다. 내성균은 사람 사이 접촉뿐 아니라 농축수산 현장, 식품 생산과 유통, 토양과 수계 같은 환경 경로를 통해서도 발생하고 전파될 수 있어 단일 부문 대응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국경을 넘어 빠르게 확산한다는 특성 탓에 국제 공조 역시 필수 과제로 제시돼 왔다.

 

국제사회 흐름도 계획 수립에 직접 반영됐다. 2024년 9월 유엔은 항생제 내성 대응을 강화하는 정치선언문을 채택했고, 각국이 다부문 협력 기반의 국가 대책을 강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 유엔식량농업기구, 세계동물보건기구, 유엔환경계획으로 구성된 협력 틀을 중심으로 2015년 글로벌 행동계획 개정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제3차 대책에 이런 국제 기조를 담아 정책 방향을 정렬했다.

 

국내 지표는 여전히 경고등에 가깝다. 2023년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8 DID로 OECD 평균 19.5 DID보다 1.6배 높게 제시됐다. 주요 내성균으로 분류되는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의 2023년 내성률은 45.2%로 전 세계 평균 27.1% 대비 높은 수치로 제시됐다. 축산 분야에서도 동물용 항생제 판매량이 해외 주요 권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제시됐고, 닭에서의 제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내성률(대장균)도 선진국 대비 높은 수치가 함께 언급됐다.

 

정부는 2021~2025년 제2차 대책을 통해 제도 기반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인체 영역에서는 2024년 11월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사업 시범을 도입해 78개 의료기관이 참여했고, 요양병원 감염예방·관리료의 정규 수가 신설 등 인프라를 보강했다. 의료기관 항생제 사용량 분석과 환류 체계인 KONAS도 2021년 구축 이후 2025년 154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비인체 영역에서는 수의사와 수산질병관리사 처방 대상 항생제 범위를 넓혀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는 기반을 마련했고, 식육가공업 안전관리인증기준 의무 적용 전면 시행 등으로 식품 안전 관리도 강화했다. 글로벌 감시체계 참여 확대 등 국제 협력도 병행됐다.

 

다만 제2차 대책이 제도 도입과 기반 구축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사용량을 실질적으로 낮추고 최적 처방을 정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제3차 대책은 이 지점을 보완해 거버넌스 강화, 통합 감시, 질병부담 연구 같은 근거 기반 정책을 전면에 배치했다.

 

제3차 대책의 국가 비전은 사람, 동물, 식물, 식품, 환경 전 분야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건강을 달성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전략목표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로 치료 효능을 보호하는 것과, 감염 예방과 관리 강화로 내성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정리됐다. 실행 구조는 4개 핵심 분야와 13개 중점과제로 구성됐다.

 

첫째, 항생제 사용 최적화가 핵심 축으로 들어갔다. 의료기관에서는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사업을 본격 확대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301병상 이상 종합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이어가고, 법 개정 등을 통해 의료기관 내 이행 근거를 명확히 해 본사업 전환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지역별 선도병원을 지정해 네트워크를 만들고, 중소병원의 도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감염 전문가가 부족한 현장을 고려해 다빈도 질환 중심의 사용 지침을 개발·보급해 1차 의료에서의 적정 처방을 돕는 계획도 제시됐다. 농축수산 영역에서는 처방 기반 사용을 강화하고, 수의사 처방관리시스템을 개선해 사용량 산출 기반을 다지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가축 항생제 판매량 지표도 국제 비교가 가능한 형태로 정교화해, mg/PCU에 더해 mg/Animal Biomass 지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둘째, 내성균 발생 예방은 감염 자체를 줄여 항생제 사용 필요를 낮추는 예방 중심 전략으로 설계됐다. 의료기관에서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감염증 확산에 대응해 지자체 주도의 감염관리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 지원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백신 접종을 통한 감염 예방도 대책에 포함됐다. 인체에서는 국가예방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으로 항생제 처방 감소를 유도하고, 축산에서는 돼지 소모성 질병 등 백신 지침과 지원 확대를 통해 농가의 항생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제시했다. 축사시설 현대화 지원과 유기·무항생제 인증, 수산 분야 안전관리인증기준 확대 등 생산 현장의 구조 개선도 함께 담겼다.

 

셋째, 전략적 정보 및 혁신은 흩어진 데이터를 묶어 정책 근거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체와 비인체 데이터를 통합 감시·분석해 매년 제공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축수산물 잔류물질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 확대, 작물 생산에 사용하는 농약 중 항생제 포함 판매기록 관리 등 관리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환경 분야에서는 하수처리장과 하천 등에서 내성균 배출 모니터링을 지속한다. 연구개발은 신속 진단 검사법, 신규 항생제와 보조치료물질 개발 지원을 이어가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내성 추이 예측과 처방 최적화 연구도 추진한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국내 질병부담 수치화와 미래예측 연구를 통해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보강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넷째, 거버넌스와 인식 개선은 실행력을 좌우하는 축으로 설정됐다. 기존 6개 부처 협력 틀에 농촌진흥청을 포함해 범부처 협력체계를 확장하고, 실무협의체와 전문위원회를 정례 운영해 이행 점검을 강화한다. 국제적으로는 글로벌 감시체계 참여를 확대하고, 중저소득국 기술지원 등으로 글로벌 보건 안보 기여도 함께 추진한다. 국민 인식 개선은 상시 홍보와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 주간’을 활용한 공동 캠페인으로 추진하며, 의사·수의사와 현장 종사자 교육도 강화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정부는 제3차 대책을 통해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고, 사람과 동물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제3차 대책은 의료 현장의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확대와 제도화, 농축수산 분야 처방 기반 사용 강화, 식품과 환경까지 포함한 통합 감시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구조다. 감염 예방과 데이터 기반 정책이 결합되면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부처 간 역할을 분명히 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함으로써 국내 지표 개선과 함께 글로벌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은 의료 문제를 넘어 산업과 환경을 관통하는 국가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 제3차 대책은 사용 최적화, 예방, 데이터 혁신, 거버넌스를 한 묶음으로 설계해 실행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제도 정착과 현장 변화가 실제 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의료기관과 생산 현장, 국민 행동까지 연결되는 지속적 점검과 참여가 관건으로 남는다.

 

 

작성 2026.03.01 05:58 수정 2026.03.01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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