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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신화극장] 파슈툰족의 ‘카이스’

 

[3분 신화극장] 파슈툰족의 ‘카이스’

 

안녕하세요. 한나라입니다. 신화는 시간에 새긴 신들의 연대기가 아니라, 세상을 만들어간 인간의 마음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서 신화는 시간이 낡아도 사라지지 않고, 오늘도 우리의 가슴 속에서 숨처럼 되살아나 이야기가 됩니다. [3분 신화극장]은 신들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얼굴을 비추는 등불입니다. 이제, 이야기의 문을 열어볼까요. Let’s go.

 

오늘은 바람이 모래를 넘어 산맥을 타고 흐르는 땅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경계, 힌두쿠시의 능선 아래에서 오래도록 이름을 지켜온 사람들. 명예를 법처럼 품고, 약속을 피처럼 지켜온 부족, 파슈툰족입니다. 지금부터 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를 들려드릴게요. 

 

아득한 옛날, 산은 아직 침묵을 배우지 못했고 사람들은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흩어져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늘은 한 아이를 내려보냈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은 카이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사막의 별 아래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울지 않고 먼저 하늘을 바라보았다고 하지요. 카이스는 자라며 세상의 균열을 보았습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밀어내고, 말보다 칼이 먼저 나가는 시대. 그는 산을 오르며 묻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서로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때 산의 정령이 대답했다고 합니다.

 

“네가 지켜야 할 것은 땅이 아니라 약속이다. 네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불명예다.”

 

카이스는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자신의 자손들에게 세 가지를 남겼습니다. 손님을 보호하라. 복수를 잊지 말되, 먼저 정의를 물어라. 그리고 한 번 한 맹세는 목숨보다 무겁게 여겨라. 이것이 훗날 파슈툰와리라 불린 그들만의 길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법이 종이에 적히기 전부터 그들의 법은 심장에 적혀 있었던 셈이지요.

 

전설에는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느 날, 전쟁이 길어져 마을이 불타고 사람들이 서로를 의심하던 때, 한 적군이 밤중에 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그 집의 주인은 그가 적임을 알았지만 손님으로서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그는 무기를 돌려받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지요.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왜 적을 살려 보냈습니까?”

“어젯밤 그는 적이 아니라 손님이었다.”

 

그래서 파슈툰족의 전설 속에서 명예는 승리보다 오래 남습니다. 산은 무너질 수 있어도 약속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해 질 무렵, 힌두쿠시 능선 위로 붉은빛이 번지면 노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

다고 합니다.

 

“우리는 땅의 주인이 아니다. 우리는 약속의 후손이다.”

 

오늘도 파슈툰족은 거친 바람 속에서도 등을 곧게 세웁니다. 칼보다 말이 먼저, 힘보다 체면이 먼저인 세계를

조용히 이어 가고 있습니다.

 

[3분 신화극장]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한나라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2.19 09:18 수정 2026.02.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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