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S=서세교 기자) 법원이 공법단체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음에도, 관리 감독 기관인 국가보훈부가 "단체 자체 결정 사안"이라며 사실상 개입을 거부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오는 4월 차기 회장 선거를 앞두고 비리 혐의자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보훈부의 안일한 태도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 보훈부의 황당 답변 "재산 문제는 알아서 할 일?"
본지가 입수한 국가보훈부의 '전몰군경유족회장 벌금 선고 관련 질의 답변서(2026.2.10.)'에 따르면, 보훈부는 김영수 회장의 유죄 판결에 대한 대처 방안을 묻는 언론사의 질의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보훈부는 답변서에서 "전몰군경유족회의 자체 보유재산에 관한 사항은 단체 자체 결정 사안임"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현재 처분했던 재산은 원상복구 상태이며, 벌금형에 대해 항소 중으로 동 사안에 대해 관리감독기관으로서 지속 모니터링하겠음"이라고 덧붙였다.
즉, 회장이 절차를 어기고 재산을 헐값에 팔아넘기려 한 행위가 법원에서 '범죄'로 판명 났음에도, 보훈부는 이를 '단체의 자율적 결정' 영역으로 치부하며 행정 조치를 유보한 것이다.
◆ 법원 "절차 무시하고 배임 고의 있었다"… 보훈부 인식과 정반대
보훈부의 이러한 태도는 사법부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수원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박건창)는 지난 12월 판결문에서 김영수 회장의 행위를 단순한 실수가 아닌 '의도적인 배임'으로 규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회장은 공시지가 합계만 약 11억 8천만 원(감정가 최대 19억 원)에 달하는 하남시 감북동 토지를 지인에게 불과 3억 원에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정관상 필수인 ▲이사회 심의 ▲감정평가 ▲총회 승인 ▲일반경쟁입찰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수의계약으로 넘겼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내부 규정을 위반하여 유족회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며 업무상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고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 회원들 “보훈부의 직무유기… 불법 선거 방조하는 꼴”
유족회 회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허대인 외 16명)는 보훈부의 답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법원이 '절차 위반'이라고 판결했는데, 감독 기관이 '단체 자체 결정'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보훈부가 비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다가오는 4월 선거를 불법적으로 치르도록 방조하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회원들은 김 회장의 선거 개입을 막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직무집행정지가처분(2026카합10**)'과 '임원선거개최금지가처분(2026카합10**)'을 신청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법단체 임원이 배임으로 유죄를 받았다면, 확정 판결 전이라도 행정청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나 '성실 의무 위반'을 들어 감사에 착수하고 직무 정지를 권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보훈부의 소극 행정을 꼬집었다.
유족회 정상화를 위한 회원들의 법적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니터링만 하겠다"는 국가보훈부의 '강 건너 불구경'식 태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