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나가기: 마침표는 닫힘인가, 정서의 여백인가
마침표는 현대 시조를 닫는 기호인가, 여백을 남기는 숨인가? 이 글은 현대 시조의 구조적 완결성과 정서적 흐름 사이에서, 마침표가 어떤 전략으로 기능해 왔는지를 이론과 실제 분석을 통해 고찰하였다.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단순한 종결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정서의 봉합 장치이자 해석의 통제권, 또는 여운의 유예 기호로 기능한다. 고시조의 전통은 마침표 없는 해석의 여백을 품었으나, 현대 시조는 그 여백을 마침표라는 기호로 재구성하며 시대적 감각과 해석 전략의 변화를 반영한다. 마침표는 현대 시조의 ‘형식적 닫힘’과 ‘정서적 열림’ 사이에서 긴장과 조화를 이루는 기호적 선택인 것이다.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단순한 문장 부호로서 기능을 넘어서, 정서적 종결감의 형성, 해석의 여운 부여, 독자의 수용 태도 조율 등 다층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기호로 작동한다. 고시조에서는 3장 6구 구조와 종결 어미를 통해 내재적 종결감을 자연스럽게 구현하였다. 현대 시조에 이르러서는 문자 기반 독서 환경, 시인의 미학적 의도, 매체 양식의 변화 등과 결합하여 마침표의 사용을 전략화한다. 이에 따라 마침표는 문법적 필연이 아니라, 시적 선택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고시조는 마침표의 사용 없이도 충분한 정서적 완결성을 구현할 수 있는 자족적 구조를 지닌다. 이는 3장 6구 구조와 고정된 음보율, 종결 어미의 운용을 통해 시적 의미의 마무리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인쇄 매체의 도입과 문예지 편집의 다양성, 자유시의 일반화 등은 현대 시조 형식 안에서 마침표 사용 방식을 다양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대체로 생략형, 삽입형, 혼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창작 주체의 미학적·문학적 태도에 따라 선택한다. 자유시에서 마침표는 정서적 닫힘과 해석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본래의 형식적 특성상 이미 내재한 종결감을 전제한다. 마침표의 기능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위상에 머무른다. 이러한 부차성은 결코 기능적 무의미를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인의 태도와 독자와의 정서적 거리 조절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시적 기호를 재맥락화할 수 있다.
수용 미학적 관점에서 현대 시조의 마침표 전략은 단순한 문장 부호의 사용 여부를 넘어, 독자와의 정서적 소통 방식에 대한 시적 설계로 간주한다. 생략한 마침표는 해석의 열림과 정서적 여운을 가능케 하고, 삽입한 마침표는 감정의 봉합과 종결감을 시각적으로 강화한다. 이는 현대 시조 형식의 자족성과 조응하면서도, 독자의 해석적 개입 여지를 조절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현대 시조 창작자는 독자의 수용 감각을 고려하여 마침표의 사용 여부 및 방식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이 글은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가 수행하는 기호학적 기능을 분석함으로써, 마침표가 시적 정서 및 구조적 종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찰하였다. 현대 시조는 3장 6구 구조와 고정 음보율을 통해 독자적 형식미를 확보한다. 마침표는 이러한 형식미를 보완하거나 강조하는 시각적 기호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마침표는 시적 정서의 흐름과 의미 구성 과정에서 독자의 해석을 유도하거나 제한하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구조주의 및 해석학적 관점에서 현대 시조의 마침표를 분석한 결과, 마침표는 단순한 문법 기호를 넘어 시적 정서의 심화, 의미의 종결 또는 여운의 형성 등 복합적인 층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현대 시조가 내포하는 정서적 종결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작품 해석에 대한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를 지닌다.
결국, 현대 시조에서 마침표는 정형시의 전통성과 현대시의 개방성을 연결하는 매개 기호로 작용한다. 고전주의적 현대 시조에서는 정서의 확정을, 근대주의적 현대 시조에서는 여운의 연장을, 현대주의 및 해체주의적 현대 시조에서는 해석의 다의성을 표상하는 방식으로 마침표의 기능을 확장한다. 이는 현대 시조가 단지 전통적 형식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서적 표현과 독자적 해석을 포섭하는 열린 구조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침표의 사용은 단순한 문장의 종결 표시를 넘어, 현대 시조의 내적 구조를 구성하고 의미를 심화시키는 기호학적 장치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 시조가 지닌 전통성과 현대적 해석 가능성 간의 긴장과 조화를 보여 주는 사례이다. 향후 현대 시조에 관한 기호학적 연구를 더욱 심화시키는 이론적 기반일 수 있다.
이 글을 통한 핵심 발견은, 자유시 창작에서와 마찬가지로 현대 시조에서도 마침표 삽입과 생략은 시인의 철저한 의도이다. 오늘날 시조단의 시조 창작 교수자 중에 ‘고시조의 전통을 이어 마침표를 무조건 생략하라.’며 고집을 부리는 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한국어의 우수성, 문학 갈래로서 현대 시조의 다양성, 문화와 시대의 변화에 대해 수용을 거부하는 듯하다. 문학 갈래의 다양성을 간과한 태도는 시조의 현대적 해석 가능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오늘날 시조 교육과 창작은 형식적 전통의 계승을 넘어, 그 형식 안에서 감정의 호흡과 기호의 전략을 탐색하는 창조적 실험의 장이어야 한다. 마침표라는 문장 부호 하나에도 정서의 여백과 해석의 층위가 작동함을 인식할 때, 학습자는 시조를 더는 박제된 고전이 아닌 살아 있는 언어 형식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는 마침표의 유무와 위치, 종결 어미와의 관계 등을 통해 시조의 정서와 구조를 분석하고 창작해 보는 활동이 필요할 것이다. 창작자 역시 정형률의 틀 안에서 의미의 여백을 설계하는 기호적 감각을 훈련해야 할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