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은 2023년 11월 30일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임차의뢰인에게 선순위 임차보증금 현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사안에서 중개업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중개사의 책임을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해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
사건은 16가구로 구성된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했다. 해당 주택에는 채권최고액 합계 7억8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고, 임차인인 원고는 2018년 4월 보증금 9000만원에 일부를 임차했다.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등기부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과 실제 피담보채무액이 약 6억원이라는 점은 설명했지만, 이미 거주 중인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 액수와 계약 시기·종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하거나 제시하지 않았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는 ‘임차보증금 총액 6억원(임대인 구두 확인)’이라는 문구만 기재됐다. 중개사는 주택 가액이 약 18억5000만원 수준이어서 선순위 권리와 원고의 보증금을 합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주택에 대해 임의경매가 개시됐고,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원고보다 선순위에 있는 임차인들의 보증금 총액은 확인·설명서에 기재된 금액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은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됐고, 원고는 소액임차인과 근저당권자 등에 대한 우선배당 이후 보증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부동산중개업자와 중개의뢰인의 관계를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하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중개업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조사·확인하고 이를 성실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직접 조사 의무가 없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계약 체결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라면 부정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특히 다가구주택 임대차 중개의 경우,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정확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중개업자에게 있다고 봤다. 등기부에 기재된 권리관계 설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존 임차인들의 보증금 규모와 계약 시기·종기 등을 확인해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대인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면 그 사실 자체를 확인·설명서에 명시했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주택의 규모와 세대 수, 인근 시세를 고려하면 상당수 소액임차인이 존재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중개업자가 이를 간과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임차인이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과 임차인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다가구주택 임대차 중개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의 조사·설명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중개 실무에서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과 서면 고지의 중요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