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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매트릭스

 

안녕하세요. 진선미 기자입니다. 영화라는 타인의 이야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 기억 하나가 스크린 위로 겹쳐 올라오는 순간이 있죠. 그건 우연이 아니라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작은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인문칼럼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을 통해 프레임 밖에서 울리는 마음을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자, 함께 영화에 취해볼까요.

 

오늘의 영화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칼럼을 읽어보겠습니다. 우리의 이기적인 사랑을 초라해지게 만드는 그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류애가 바닥날 때 나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본다. 난해함도 없고 심오한 의도도 없고 반전도 없지만 애잔함이 있고 따뜻함이 있고 진정한 사랑이 있어 좋다. 세상을 어쩌면 저리도 잘 사셨는지 그냥 따뜻해지고 눈물이 난다. 강원도 횡성에 사시는 89세의 소녀 같은 강계열 할머니와 순박한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의 로맨스는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다큐 영화가 주는 진솔한 감성을 하나라도 놓칠까 두 노인의 삶을 아낌없이 눈에 담았다. 

 

다큐 영화는 우리 삶의 날것 그대로를 담는 영화다. 숨넘어갈 듯한 재미도 없고 확 뒤집히는 반전도 없지만 실재하는 현실을 영화에 담는 것이기에 진정한 울림을 준다. 다큐 영화는 영화시장에서 돈이 되지는 않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48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영화사상 독립예술영화 전 부문에서 흥행 1위를 했으며 각종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에 감동한다는 증거다. 나처럼 인류애가 바닥난 사람들이 인류애를 채우기 위해 다큐 영화를 보는 것 같다.

 

76년째 연인으로 부부로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잔잔한 인생 이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고조선의 시가인 ‘공무도하가’의 첫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어느 어부가 새벽에 배를 저어 강을 건너고 있는데 흰머리를 풀어헤친 남자가 술병을 들고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 남자의 아내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며 애타게 남편을 불렀는데 결국 남자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후에 그의 아내는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부르다가 남편을 따라 스스로 물에 빠져 죽는다는 것이 ‘공무도하’인데 우리말로 하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이 애잔하고 슬픈 이야기를 다큐영화의 제목으로 뽑은 것은 우리에게 메말라 있는 진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진모영 다큐영화 감독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감독의 의도대로 나는 눈물샘을 닫지 못했다. 내 안에 쌓여 있는 온갖 나쁜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다 뽑아냈다. 가족을 등한시했던 감정, 부모에게 대들었던 감정, 친구들과 싸운 감정, 부자들을 증오했던 감정, 사회 부조리를 못 본 척 해던 감정 등 내가 나를 갉아먹는 감정들을 눈물과 함께 다 뽑아내니 속이 후련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나쁜 감정에 과잉되어 있었다. 그걸 이 영화를 보며 깨달았다. 

 

98세 로맨티시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소녀 같은 강계열 할머니는 늘 연인처럼 다정한 부부다. 결혼해서 평생을 신혼처럼 오순도순 살면서 백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세월을 함께했겠는가. 요즘 우리 같은 젊은 친구들은 한 사람과 평생이 지루하게 어떻게 사냐고 차라리 혼자 살겠다고 하는데 지루하지 않게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걸 이 노부부가 증명하고 있다. 욕심을 내려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에게 많은 것들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한 없이 부럽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에 데릴사위로 들어와 온갖 궂은일을 하며 12명의 아이를 낳는다. 전쟁통에 아이를 잃고 또 질병으로 아이를 잃어 여섯 아이를 하늘로 먼저 보냈다. 그렇게 남은 아이들은 잘 커서 시집 장가를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 곁을 떠나 도시로 간다. 그렇게 지켜온 가정은 이제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남아 고향 집을 지키게 된다.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알콩달콩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봄이 오면 예쁜 꽃을 꺾어 할머니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이 오면 냇가에 나가 물장구도 치며 가을이 오면 떨어진 낙엽을 주워 서로에게 던지기도 하고 겨울이 오면 애들처럼 눈싸움도 하면서 심심할 틈도 없이 자연에 기대 재밌게 살아간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된다. 꼬마를 산에 묻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을 잃어간다. 나날이 병세가 깊어 가지만 그런 가운데도 서로 더 의지하며 애타게 할아버지가 더 살아주길 바란다. 

 

“석 달만 더 살아요. 이렇게 석 달만 더 살면 내가 얼마나 반갑겠소”

할머니는 비 내리는 마루에 앉아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본다. 홀로 남은 강아지와 할머니의 처지가 같다고 생각하며 문득 할아버지와의 이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조용히 마음의 준비를 하며 할아버지 귓가에 속삭인다.

 

“이거 우리 애들 만나면 꼭 전해줘요. 기다려요. 내가 금방 갈게요”

 

평생을 연애하듯 서로 위하고 보듬어 주며 살아온 두 노부부의 인생은 각본 없는 순수한 사랑이다. 다큐 영화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본주의 영화다. 가족의 서사는 인간의 역사이면서 인류의 역사다. 속절없는 삶과 죽음은 우리의 영원한 주제이기에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사랑 그 본질에 대해 깊이 반성하게 한다. 우리 곁에는 삶이 죽음이 늘 공존한다. 이 둘은 서로 대치하지 않고 자연처럼 스스로 그러하게 한다. 우리는 그 경계에서 고통도 맛보고 기쁨도 누리면서 따뜻하게 온기를 느끼며 살아야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이 두 노부부처럼.

 

“할아버지와 손을 맞잡고 그렇게 같이 가면 얼마나 좋겠소”

 

 

[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칼럼을 읽으며 어쩌면 영화는 답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삶에 작은 여백 하나를 남기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진선미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6.01.16 09:45 수정 2026.01.1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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