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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이 듣지 않는다?"… 2024 항생제 내성 연보가 던진 '슈퍼버그' 경고장

멈추지 않는 내성균의 위협, 요양병원이 위험하다

WHO 'AWaRe' 분류 도입, 항생제도 '신호등' 보고 쓴다

동네 의원부터 종합병원까지… '내성 지도' 한눈에

[류카츠저널] 세계보건기구(WHO)의 항생제 분류 기준 'AWaRe'의 도입 사진=ai생성이미지

 

인류가 세균과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았던 항생제. 그러나 그 무기가 점차 무뎌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2026년 새해 벽두부터 울렸다. 질병관리청이 1월 2일 발표한 「2024 국가 항균제 내성균 조사 연보」는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든 항생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번 연보는 단순한 통계의 나열을 넘어, 환자의 치료 성과와 직결되는 의료 안전의 '레드라인'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줄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특히 요양병원이 '뇌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내 주요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 항균제 내성 감시체계(KorGLASS 및 KARMS)를 통해 수집된 혈액, 소변 등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일명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의 위협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종합병원 환자의 혈류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 병원균을 살펴보면,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알균(MRSA)은 과거에 비해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여전히 전반적인 내성률 그래프는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치료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장내세균, 그중에서도 카바페넴내성폐렴막대균(CRKP)의 확산세다. 이 균의 내성률은 2016년 이후 꺾이지 않고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의료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위험 지대'는 요양병원이다. 의료기관 종별로 내성률을 쪼개어 분석한 결과, 요양병원의 항생제 내성률이 타 의료기관 대비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령의 환자가 밀집해 있고 장기 입원이 잦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내성균의 전파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감염 취약 시설에 대한 더욱 정교하고 강력한 항생제 관리 대책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류카츠저절] 17~’24 종합병원 혈액 분리 주요 병원균의 항생제별 내성률 비교 사진=질병관리청

 

 "직관적으로 본다"… WHO 기준 적용해 확 바뀐 연보

 

2017년부터 매년 발간되어 온 연보지만, 올해는 그 형식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에는 전문가가 아니면 해석하기 어려웠던 내성 정보를 누구나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각화'에 방점을 찍었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항생제 분류 기준인 'AWaRe'의 도입이다. 이는 항생제를 그 위험도와 사용 원칙에 따라 ▲접근(Access) ▲주의(Watch) ▲보류(Reserve)의 세 가지 그룹으로 신호등처럼 나누는 체계다.


접근(Access): 내성 위험이 낮아 1차 치료제로 권장되는 항생제.


주의(Watch): 내성 위험이 높아 특정 감염에 제한적으로 써야 하는 항생제.


보류(Reserve):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하는, 다제내성균 치료용 항생제.

 

질병관리청은 이 기준을 적용해 항생제 내성률 추이 곡선을 그리고 중요 현황을 시각화함으로써, 의료 현장에서 어떤 항생제를 아껴 쓰고 주의해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류카츠저널] 의료기관 종별 혈액 분리 주요 병원균의 항생제별 내성률 사진=질병관리청

 

 흩어진 데이터 통합… 지역별 '맞춤 방역' 가능해져

 

데이터의 통합 분석 또한 이번 연보의 성과다. 그동안 종합병원 중심의 'KorGLASS'와 중소·요양병원 및 의원 중심의 'KARMS'로 나뉘어 있던 감시체계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이를 통해 주요 병원균에 대한 지역별 내성 현황까지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중앙 정부 차원의 일괄적인 방역을 넘어, 지역별 병원균 유행 상황에 맞춘 '핀셋 관리'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연보가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되어, 실질적인 내성 감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은 '침묵의 팬데믹'이라 불린다. 약이 듣지 않는 세균의 증가는 결국 현대 의학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이번 2024 연보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항생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의료계만의 숙제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의 보건 이슈다. 이번 연보를 통해 드러난 요양병원의 높은 내성률과 주요 장내세균의 내성 증가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WHO 기준 도입으로 데이터의 가시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의료기관의 자정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맞물려야만 '약이 듣지 않는 미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작성 2026.01.03 13:23 수정 2026.01.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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