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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때 멈춰 있던 바다, 다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화진해수욕장의 시간과 함께 걸어온 한 숙소 대표의 이야기


■ 편집자 주

한 해변의 변화는 보통 거대한 개발이나 자본에서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화진해수욕장이 지난 7년 동안 보여준 회복의 흐름은 그와는 다른 결을 가진다. 휴게소가 사라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추었던 이 해안은 오랫동안 조용히 바람만 품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바다 앞에 조용히 불을 밝힌 한 숙소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큰 소리 없이, 과장 없이, 그저 시간 속에서 묵묵히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며 변화를 만들어온 이가 있다. 

슬로우오션의 김현준 대표. 그의 여정은 한 공간의 성공을 넘어, 지역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우리는 그에게서 ‘버티는 것의 의미’, ‘다시 살아나는 바다의 힘’을 듣고자 한다.



Q1. 처음 이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솔직히 기대 반, 막막함 반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원래 제가 시작한 일이 아니라, 아버지가 추진하시던 사업이었어요.

공사 도중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제가 운영을 맡게 됐죠.


숙소 사업은 처음이었고, 이곳은 사람도 거의 없는 해변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는 이 바다가 좋아서라기보다, 주어진 상황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이 저를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Q2. 운영 초반, 가장 흔들렸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엔 솔직히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저는 원래 제 전문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고,

이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도 있었죠.


부모님과의 약속은

‘이곳을 잘 되게 해놓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는데,

막상 운영을 해보니

하나의 사업체가 시스템적으로, 매출적으로 안정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지 전혀 몰랐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했죠(웃음).”



Q4. 공간 설계에 대한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공간은 크게 슬로우오션, 웨일, 히든포레스트로 나뉩니다.

공사 도중 제가 합류했기 때문에

슬로우오션의 신규객실인 웨일과 히든포레스트는 제가 직접 설계했지만,

슬로우오션은 일부 참여했을 뿐 100% 제 설계는 아닙니다.

설계가 거의 된 상태에서 제가 들어왔죠 


슬로우오션은 화진의 솔숲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방향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건물이기보다

마치 바다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랐어요.


히든포레스트는 이름 그대로 동해안에 숨겨진 파라다이스 같은 공간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솔숲 속에 숨어 있는 환상적인 장소라는 콘셉트였고, 박달지붕은 솔잎이 쌓이지 않도록 일부러 뾰족한 형태로 설계했습니다.

모든 구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Q6.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순조로웠나요?


“처음에는 반대가 굉장히 심했습니다.

플랜카드가 붙고, 항의도 많았죠.


설득과 협의를 거쳐 하나씩 풀어나갔고

지금은 화진을 대표하는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크고 작은 일들을 서로 상의하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시간이 필요했던 관계였습니다.” 


Q7. 화진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어떨 때는 이곳에서 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과정이 저를 굉장히 단단하게 성장시켰다는 걸 느낍니다.

그리고 완전히 잊혀질 뻔했던 한 지역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Q8. 대표님이 바라보는 화진해수욕장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화진은 솔숲이 있어 캠핑하기에도 좋고, 건물들이 비교적 최신이라 전체적으로 깨끗합니다.


무엇보다 마을 번영회장님을 필두로 주민분들이 꾸준히 해변을 관리해 주셔서 어떤 유명 해수욕장보다도 정돈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은 곳입니다.”


Q9. 앞으로 화진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천천히, 하나씩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맛있는 로컬 음식점 하나만 들어와도 이 해변의 퍼즐은 완성에 가까워질 것 같아요.


다만 인기가 생겼다고 해서 계획 없이 우후죽순으로 점포가 들어오면 오히려 망하기 쉽습니다. 한 점포, 한 점포 오래 버틸 수 있고 실력있는 분들이 자리 잡는다면 화진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Q10. 대표님이 그리는 화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학창 시절에 읽었던 『흐르는 북』이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 작품은 세대 간의 연결을 이야기해요.


화진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부모와 자식이 세대를 이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쉼터이자 공감의 대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오래 기억되는 장소로 남기를 바랍니다.”


마치는 글


화진의 변화는 거창한 개발 계획이나 빠른 성공의 결과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책임을 떠안은 한 사람이 도망치지 않고 시간을 버틴 끝에 만들어진 흐름이다.


김현준 대표의 선택은

개인의 삶을 멈추는 대신, 지역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이 바다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바다를 찾는 이유와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화진은 지금도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음 세대로 이어질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작성 2025.12.24 07:57 수정 2025.12.24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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