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40화 야자(야간자율학습)는 땡땡이 치는 맛으로 살아야지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모든 일에는 틈이 필요하다. 틈이 있어야 빛도 들어오고, 바람도 통한다. 

삶은 규칙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기억 속의 교실

요즘 읽고 있는 책 『내가 통과한 매운 계절들』 속 한 작가의 자전적 수필을 읽다가 웃음이 났다. 천진난만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그 대목을 읽는 순간 나 역시 그 시절의 교실 냄새와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야자(야간자율학습)’의 기억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의무로 진행되던 밤의 교실

20년 전,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야간자율학습은 ‘자율’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의무였다. 정규수업이 끝나고 저녁을 먹은 뒤 밤 10시까지 교실에 남아 책상 앞을 지켰다. 공부에 몰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몰래 빠져나가고 싶은 충동은 누구에게나 있었다. 나 역시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에서도 부반장과 반장을 맡으며 교실의 중심에 있었지만, 장난기만큼은 감출 수 없었다. 그 시절의 나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살면서도 어딘가에선 틈을 내어 ‘나만의 자유’를 찾고 싶어 했다.

 

10분 작전, 그리고 떡볶이 한 그릇

어느 날, 야자 2차가 시작되려던 저녁 8시 무렵이었다. “야, 너무 배고프다. 매점으론 부족해.” “후문으로 나가면 분식집 있잖아. 잠깐 갔다 오자.” 그 말에 모두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 명의 친구가 ‘10분 작전’을 세웠다. 야자 시작과 동시에 후문을 향해 달려나갔다. 가을밤의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짧은 탈출의 스릴이 묘하게 달콤했다. 분식집에 도착해 떡볶이를 시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한 접시를 나누어 먹으며 “오늘은 성공이야.”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규칙을 잠시 벗어난 해방감이 있었다.

 

들켜버린 자유, 그러나 웃음은 남았다

교실 문이 열리며 당직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몰래 나갔다 온 놈들 다 나와!” 우리는 시치미를 뗐지만 이미 다 들켜 있었다. 엎드려뻗쳐 30분, 그리고 엉덩이를 몇 대 맞았다. 엉덩이는 얼얼했지만, 이상하게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때의 우리는 두려움보다 즐거움이 더 컸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순수한 일탈이었다. 그날의 떡볶이 냄새, 웃음소리, 달리던 바람의 감촉은 지금까지도 선명히 남아 있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

그때의 나는 규칙보다 순간의 즐거움을 택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책임과 의무의 무게를 안다. 그러나 가끔은 그 시절의 나처럼 ‘벗어나는 용기’를 떠올린다. 지나치게 바르게 살려다 보면 마음이 숨 쉴 틈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야자도, 인생도, 너무 성실하려 애쓰지 말자.” 때로는 잠시 멈추고, 돌아서고, 웃으며 나를 풀어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또 다른 균형이다.

 

함께 던지는 질문

모든 일에는 틈이 필요하다. 틈이 있어야 빛도 들어오고, 바람도 통한다. 완벽함의 틀 속에서 무표정해진 자신을 느낀다면, 그때야말로 작은 일탈이 필요한 순간이다. 삶은 규칙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가끔은 땡땡이 치는 용기로 더 따뜻해진다.

 

인생도, 야자처럼. 가끔은 땡땡이 치는 맛으로 살아야 한다.

그 시절의 나는 떡볶이 한 그릇에 웃었고, 혼나면서도 자유를 느꼈다. 그 단순한 순간이 지금의 나에게 말한다. “그래,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 삶은 성실함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끔은 틀을 벗어나 바람을 맞으며 웃는 그 순간이, 우리 인생의 가장 반짝이는 페이지가 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0.27 20:07 수정 2025.10.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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