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교발행인 여행에세이] 제주 속 작은 유럽 습작펜션, 사람 냄새 나는 쉼터에서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제주를 찾을 때마다 마음 한편은 늘 설렌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복잡한 길과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쉼”이라는 단어는 자꾸만 멀어져 간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덜 찾는 서남쪽, 바람이 유난히 차분한 그곳. 마라도와 가파도 선착장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자리한 유럽풍 독채 풀빌라가 바로 그 쉼터였다.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건물의 분위기였다. 제주에 왔는데, 왠지 유럽의 작은 마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흰색 외벽, 둥근 아치 창문, 고즈넉하게 드리운 지붕선의 이국적인 풍경이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제주 바람과 바다 냄새 속에 녹아 있는 그 풍경은 마치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웠다. 돌담 옆으로 서 있는 억새와 저 멀리 산방산이 배경이 되니, 이곳만의 고요한 풍경이 완성됐다.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 집 특유의 산뜻한 공기와 함께 따뜻한 조명이 반겨준다. 인테리어는 모던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났다. 원목 가구와 부드러운 패브릭이 주는 아늑함, 햇살이 스며드는 창가의 따뜻한 공기. 마치 친구의 집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했다. 무엇보다 독채라는 점이 마음을 놓이게 했다. 옆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음도, 얇은 벽 너머의 기척도 없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속도로 숨을 고르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채워갈 수 있었다.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이 풀빌라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개별 수영장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 아이들은 소리 높여 물장구를 치고, 연인들은 와인잔을 부딪치며 여유를 즐긴다. 혼자라면 어떨까. 그저 발끝만 담그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사스러운 순간이 될 것이다. 물결 위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은 잠시 멈춘 듯 흘러간다.

 

저녁이 가까워지자 테라스로 발걸음이 향했다. 개별 바비큐 시설이 마련된 테라스에서는 숯불 위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와 제주 바람이 함께 춤춘다. 가족끼리 둘러앉아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웃음을 쏟아내며, 연인들은 서로의 눈빛에 집중한다. 고기 한 점과 바람 한 모금이 주는 위로는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제주만의 선물이다.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밤이 찾아오면 풀빌라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마당 한켠의 불멍 자리에 장작불이 타오르자, 그 앞에서는 괜히 말수가 줄어든다. 불꽃의 흔들림 속에서 오래된 기억들이 하나둘 피어오른다. 어린 시절 캠핑장에서 느꼈던 설렘, 부모님과 둘러앉아 나누던 소박한 이야기, 친구들과 밤새워 웃던 순간. 불빛 속에서 다시금 꺼내보는 그 기억들은 여행이 아니라면 쉽게 만날 수 없는 감정들이다. 옆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붉게 물들고, 바람결에 실린 바다 내음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이곳은 단순히 편안한 숙소가 아니다. 와이파이와 OTT, 개별 샤워실과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은 기본으로 갖췄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잔디밭에서 뛰노는 아이의 웃음소리, 테라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불멍 앞에서 이어지는 조용한 대화. 그런 장면들이 이 풀빌라를 특별하게 만든다. 결국 여행의 기억은 관광지가 아니라, 함께한 순간과 그 순간의 온기로 채워진다.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사진=제주습작펜션 제공]

 

제주 서남쪽은 늘 조금은 덜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더 진짜 제주를 만날 수 있는 땅이기도 하다. 사람 냄새 나는 모슬포항, 바람이 깎아낸 용머리해안, 산방산의 묵직한 기운. 그 한가운데 자리한 이 유럽풍 독채 풀빌라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조용히 붙잡아둔다.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건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다. 함께 웃던 저녁의 바비큐, 불빛 아래서 이어진 이야기,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수영장의 물결이다. 제주 속 작은 유럽, 이곳에서의 하루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회복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제주습작펜션

https://naver.me/5wNEAGat

 

작성 2025.09.10 16:28 수정 2025.09.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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