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밥이 되는 시간, 운남동 ‘우렁이쌈밥’에서 마주한 잊고 지낸 사랑의 맛

 

[사진=이해를 돕는 AI이미지]

한 상 가득 차려진 쌈밥을 마주했을 때,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추억이었다. 그리고 사랑이었다. 운남동 골목 안쪽, 조용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식당. ‘우렁이쌈밥’은 마치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고 있던 옛 풍경 하나를 고스란히 꺼내 보여주는 듯한 공간이었다.

 

요즘 우리는 너무 쉽게 ‘맛집’을 말한다. 화려한 인테리어, SNS에 올릴만한 플레이팅, 줄을 서서라도 먹어봐야 한다는 유행. 하지만 정작 우리 몸과 마음을 진짜 채워주는 것은, 그런 겉모습이 아니었다. 때로는 투박한 그릇에 담긴 정성, 시골 밭에서 막 따온 듯한 쌈 채소,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된장의 풍미가 더 크고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그런 위로를 만난다. 한 상 가득 나오는 쌈밥 정식은 제육볶음, 우렁이, 다양한 쌈 채소, 된장찌개와 밑반찬들로 정갈하게 차려진다. 보기보다 먹는 맛이 훨씬 크다. 특히 우렁이는 이 집의 진심이 담긴 핵심이다. 잘 손질되어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마당 수돗가에서 우렁이를 손질하시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시절, 할머니는 시장에 우렁이를 내다 팔며 생계를 이어가셨다. 작고 검은 손으로 껍데기를 깨고, 찬물에 담가 헹구고, 솥에 푹 삶아내던 그 모습 그런 우렁이는 단지 반찬이 아니었다. 그건 우리 가족의 하루를 지탱해주던 사랑이자 노동의 결과였다. 그 곁에서 어머니는 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이셨다. 한 끼 밥상이 온 가족의 하루를 감싸 안았다.

 

[사진=이해를 돕는 AI이미지]

 

이 식당에서 한 입 쌈을 베어무는 순간, 그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제육볶음의 달큰한 맛, 우렁이의 은은한 바다 향, 고추의 알싸함, 그리고 쌈 채소의 풋풋한 향기까지.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맛은 입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위로였다. 그 맛은 정확히 ‘그 시절의 밥’이었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진짜 밥상.

 

이곳의 또 다른 장점은 셀프로 즐길 수 있는 야채 코너다. 원하는 만큼, 눈치 보지 않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인심 아닐까. 필요하면 더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넉넉한 주차 공간까지 도시 식당에서 쉽게 보기 힘든 배려다. 식당의 마음가짐이 서비스에 스며들고, 그 마음이 손님의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든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왔을 때, 내 마음엔 오래된 온기가 남아 있었다. 단순히 배가 불러서가 아니었다. 이 한 끼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가족의 기억을 깨워주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식당은 내게 특별한 곳이 되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그리움’을 소비한다. 복고풍이 다시 유행하고, 전통의 맛을 찾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다. 운남동 ‘우렁이쌈밥’은 그런 이야기를 조용히 품고 있는 곳이다. 말없이 삶을 건넸던 할머니의 손, 사랑을 담았던 어머니의 밥상,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리며 한 입 한 입 음미할 수 있는 공간.

 

지금도 수많은 식당이 있다. 더 화려하고, 더 유명하고, 더 비싼 곳도 많다. 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식당은 흔치 않다. 그리고 그 울림은 ‘맛’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억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며,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식당은, 한 끼 식사 이상의 무언가를 준다. 잊고 살았던 삶의 온기, 사랑받았던 기억,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위로를 이 가을, 당신도 그런 위로가 필요하다면. 운남동 식당‘우렁이쌈밥’으로 걸음을 옮겨보시길 바란다.

 

 

강진교 발행인은 ‘모든 사람에겐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스토리텔러입니다. 평범한 일상 속 숨겨진 감동과 기억을 찾아내고, 그것을 글로 풀어 세상과 나누고 있습니다. 누구나 소중한 서사를 품고 있듯, 한 그릇 음식에도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공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울림이 될 수 있습니다.

 

 

작성 2025.09.09 07:07 수정 2025.09.0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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