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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박사칼럼] 물건보다 기억이 남는 시대, 포장은 브랜드의 태도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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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연합뉴스] 김주연 칼럼니스트 = 물건보다 기억이 남는 시대, 포장은 브랜드의 태도를 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K-POP 굿즈 시장처럼 팬덤과 브랜드가 직접 연결되는 영역에서, 포장은 더 이상 부차적인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굿즈의 시작이자 끝’이 된다. 2025년 카이 콘서트를 위해 제작된 부직포조리개파우치는, 바로 그 ‘기억을 남기는 포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포장랜드가 집중한 것은 단순히 굿즈를 담는 외형이 아니라, ‘어떤 감정을 보존할 수 있는가’였다. 팬들이 공연장을 나서며 가장 먼저 열어보는 것은 굿즈 자체가 아닌 그것을 담고 있는 포장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 포장이 얼마나 의미 있고, 실용적이며, 브랜드의 철학을 담고 있느냐가 굿즈 전체의 만족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KAION IN SEOUL’이라는 문구가 전면에 인쇄된 부직포 조리개 파우치는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단순하지만 견고한 외형, 눈에 띄지 않지만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는 디자인, 무엇보다 일상으로의 확장을 전제로 한 실용성. 이 세 가지는 ‘버려지지 않는 포장’이라는 목표 아래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다.

포장 디자인의 본질은 결국 ‘남겨지는 이유’에 있다. 한때는 포장이 화려하고 예쁘기만 하면 된다고 여겨졌지만, 지금의 소비자, 특히 MZ세대는 훨씬 더 실용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다. 그들은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포장을 제작했는지를 보고, 그것이 자신이 지지할 만한 가치인지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이제 포장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을 마무리 짓는 마감선이 된다.

부직포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였다.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굳이 넣지 않아도, 이 소재는 반복 사용 가능성과 탄탄한 내구성, 그리고 일상에서의 활용도를 통해 브랜드가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단가를 고려하면서도 쓸모를 놓치지 않았고, 가방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 부담스럽지 않은 컬러와 질감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소장’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비닐봉투나 지퍼백 같은 일회용 포장이 현장에서 버려지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포장이 어떻게 브랜드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지를 수없이 목격해왔다. 반대로, 이번 조리개파우치처럼 팬들이 ‘굳이 버릴 이유가 없는’ 구조를 만났을 때, 그 포장은 굿즈를 넘어 브랜드와 팬 사이의 지속 가능한 접점이 된다.

MZ세대는 감정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본다. 이번 포장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장된 브랜드 메시지나 화려한 포장 없이도, 진심이 읽히는 패키지는 결국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요란하지 않게 오래 남는 포장, 일상에서 다시 꺼내게 되는 구조, 그리고 기억을 저장하는 역할. 지금의 굿즈 패키지는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에게는 실용성으로, 브랜드에게는 반복 노출되는 상징성으로 작용한다. 이 조리개 파우치는 바로 그 접점을 완벽하게 구현해낸 사례다.

포장은 더 이상 일회용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 소비자에 대한 태도,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매체다. 포장랜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잘 만든 포장은 물건을 담는 용기를 넘어, 경험을 연장하고,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도구라는 것을.

굿즈는 소유가 아니라 경험의 연장이다. 그 말이 진부하지 않으려면, 포장은 버려지지 않아야 한다. 팬이 다시 꺼내어 사용할 때마다 브랜드가 떠오르고, 브랜드의 태도가 읽히는 포장. 그것이야말로 지금 굿즈 시장에서 진정 ‘남는’ 브랜드가 되는 길이다.

 

작성 2025.06.18 21:04 수정 2025.06.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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