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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이진희] 종교개혁과 위클리프

- 거대한 철벽 앞에 선 작은 목소리의 힘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종교 개혁하면 흔히 마르틴 루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150년이나 앞선 시대를 살아간 선구자가 있었다. 바로 존 위클리프(John Wycliffe)이다. 그는 불행한 인물의 대표자인 화가 고흐보다 더 불행했다고 평가받는다. 살아있을 때에는 종교적 탄압을 받았고, 죽은 이후 에는 부관참시되어 화형까지 당해야 했으니 말이다.


14세기 초, 잉글랜드에서 출생한 그는 생전에 교황과 교회의 폭정을 목도하면서 카톨릭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몸담고 있던 교단에 환멸을 느꼈다. 특히 아비뇽과 로마 교황청의 권력 다툼과 부정 비리를 목도하면서 그의 이런 생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당시 종교 권력이 돈, 권력, 명예 등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확장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던 풍조에 대한 지독한 반감이었다.

 

그는 오직 성경만이 기독교 세계의 유일한 표준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신자들은 그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된 성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성경을 영어로 번역함으로써 그동안 종교지도자들에게 독점되어 있었던 하느님의 말씀을 많은 신도들이 직접 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성경을 해석하는 권한을 그들만이 독점하면서 개혁을 부르짓는 세력을 이단시하였다.



▲위클리프 (출처 : 위키백과) ⓒ한국공공정책신문

그는 결국 교단으로부터 탄핵을 받았고 공의회에서 이단을 선고받았으며 궁정에서 쫓겨나 조용히 저술에 전념하면서 칩거할 수밖에 없었다.


말년에 그는 병을 얻어 사망했지만 그를 향한 종교계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후 그의 관은 땅속에서 꺼내어 부숴지고 그의 저술들과 함께 불태워지는 부관참시를 당했다. 이단자는 거룩한 땅에 묻혀서는 안 된다는 당시 절대권력을 휘둘렀던 종교계의 뒷끝이 작렬한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중세 신학이 잘못되었고 잘못된 신학이 교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주장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인정을 받았고, 마침내 그에게 종교개혁의 새벽별이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영어로 된 성경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던 그의 업적은 인류의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고, 여러 세대를 거쳐 성경 번역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모든 민족이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진 성경을 통해 하느님을 알아가는 세상을 이루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오늘날 어떤 국가에서도, 어떤 조직에서도 위클리프와 같은 인물은 존재할 것이다.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미리 보고, 감히 할 수 없는 것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말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에 조금은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목소리에 이유와 근거가 분명 있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소수의 의견이라고 무턱대고 비난하고 폄하하기 보다는 그것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합리성 유무에 대해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비록 지금 소수, 아니 한 사람의 행보가 당장은 사람들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할 지언정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와 개혁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않던가? 역사는 거대한 철벽 앞에서도 결국 무언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가 응집되어 그 철벽을 치고 올라가 커다란 물줄기가 되었을 때 세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던가?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한겨레중고등학교 교장

현) 경기중등여교장회 회장

현)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필진





작성 2025.06.16 15:18 수정 2025.06.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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