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나 같아요."
비누꽃을 만들며 한 참여자가 조심스레 내뱉은 이 말은, 이번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의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장애인의 삶에 예술이 스며드는 순간, 단순한 공예가 아닌 '자기 회복의 길'이 열린다.
2025년 5월, 광주광역시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함께 그리는 마음의 온도〉가 한 달간 운영되며, 총 200여 명의 참여자와 함께 뜻깊은 여정을 마쳤다. 예술유통협동조합 사회복지연구팀이 주최하고, 광주지역 장애인 활동기관 15개소와 아우비평생교육원이 협력한 본 사업은 문화예술을 통한 정서 회복과 자존감 향상을 목표로 기획됐다.
예술, 감각을 깨우고 마음을 어루만지다
프로그램의 대표 활동은 ‘비누꽃 공예’와 ‘머핀 베이킹’.
색색의 비누를 조각 내고 꽃잎을 빚어내는 비누꽃 만들기는 참여자들에게 단순한 손기술을 넘어서는 경험이었다. 섬세한 손놀림과 향기를 느끼는 감각은 참여자들의 정서적 안정에 깊이 작용했다. 특히 장애로 인해 표현이 어려웠던 감정들이 하나둘 꽃잎처럼 피어나며 치유의 흐름을 만들었다.
비누꽃 공예에 참여한 박모 씨(발달장애, 50대 여성)는 "한 송이 한 송이 제 손으로 만들었어요. 향기 좀 맡아보세요, 제가 만든 거예요."라며 소녀처럼 웃었다. 스스로 만든 아름다움에 대한 자긍심은 그녀의 오랜 우울감을 밀어내는 희망의 조각이었다.
예술유통협동조합의 공예 강사는 “참여자들이 처음에는 ‘나는 못해요’라고 시작했지만, 며칠 후 자신이 만든 꽃을 ‘나 자신 같다’고 말하더군요. 그 순간이 저에겐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머핀 속에 담긴 ‘나의 이야기’
또 다른 활동인 머핀 베이킹은 단순한 요리 수업을 넘어 자율성과 관계성 회복의 장으로 작용했다. 반죽을 만들고, 자신만의 토핑을 얹고, 오븐에 굽는 과정 속에서 참여자들은 창의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경험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이모 씨(30대, 남성)는 "내가 만든 머핀을 엄마에게 드리고 싶어요"라며 정성껏 포장지에 머핀을 담았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작은 베이킹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베이킹 수업은 참여자들 사이의 교류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각자의 머핀을 자랑하고 비교하며 웃음이 번졌고, 이는 곧 관계 회복과 사회성 증진으로 이어졌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잡는 과정”
현장 강사들은 이 프로그램이 단지 기술을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참여 강사는 "자존감 회복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예쁘고 향기로운 것을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시작입니다. 공예는 그 첫걸음을 가능하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예나 베이킹 활동은 감각을 자극하고 손을 움직이는 작업을 통해 뇌를 자극하며, 이는 심리적 안정과 정서 조절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대한심리치료학회(2021)는 감각 기반 활동이 우울과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평생학습으로 확장되는 예술치유 생태계
〈함께 그리는 마음의 온도〉는 단순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는다.
협력기관인 아우비평생교육원은 본 프로젝트를 통해 ‘삶 중심 예술교육’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실험했다. 기획운영팀장은 “비누꽃이나 머핀 베이킹은 겉보기엔 소박하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자아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향후 장애인 대상 정규 교육과정 및 자격과정으로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장애 당사자가 강사로 성장하는 생태계 조성도 고려되고 있다. 이는 예술을 통해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새로운 형태의 평생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예술은 언어다,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가능성
이번 프로그램은 장애와 예술, 치유와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하나로 엮어낸 모범적인 사례다.
무언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보는 것”의 가치, “나도 할 수 있다”는 감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고, 삶의 결을 바꾸는 실질적 계기가 되었다.
예술유통협동조합 사회복지연구팀 임 실장은 “프로그램이 끝나고도 스스로 재료를 사서 공예를 이어가고 싶다는 참여자들의 말을 들었을 때, 이건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된 거구나 느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예술은 위로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다시 삶을 바꾼다.
광주의 한 달은 그렇게,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온기를 남기고 떠났다.


















